머리카락 팔아 석달만에 처음 고기 먹인 母…시리아 ‘극도의 경제난’

김예윤기자 입력 2021-02-24 19:34수정 2021-02-2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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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어머니는 머리카락을 팔아 석달만에 처음으로 닭고기와 기름을 샀다. 목수인 남편은 아팠고 겨울을 맞아 난방 연료와 아이들이 입을 겨울옷이 필요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가발용으로 머리카락을 판 것. 머리를 팔아 쥔 55달러(약 6만 원)로 그는 기름 2갤런, 아이들의 옷을 사고 석 달 만에 가족들은 구운 닭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먹고 살기 위해 머리카락이나 신체를 팔아야 한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며 이틀 동안 부끄럽다며 울었다.

○ 쓰레기장 뒤지기, 음식 나오는 TV 프로그램 취소…극도의 경제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11년 발발한 내전 10년째에 접어들며 극도의 식량과 연료부족 등 경제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시리아를 조명했다.

유엔 식량지원기구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이달 시리아의 식품 물가는 작년보다 2배 이상 올랐으며 시리아인의 60%, 약 1240만 명이 굶주림에 처할 위험에 처해있다. 최근 시리아 시민들이 TV 프로그램에서는 음식 이미지로 대중을 자극하지 않도록 요리프로그램을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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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시리아 파운드 통화는 암시장에서 달러대비 가격이 최저로 떨어졌다. 일자리를 구해 월급을 받는다 하더라도 음식이나 연료를 제대로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고소득에 속하는 의사의 월급이 약 50달러(약 5만 5000원)다. 최근 대다수의 시리아인들은 하루에 3~5시간을 난방유나 식량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거나 쓰레기 수거지에서 쓸만한 물품을 찾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역시 익명의 다마스커스의 시민은 “사람들이 온통 음식과 연료에밖에 관심이 없다. 모든 것이 비정상적으로 비싸고 물건을 살 수 없어 두렵다”고 말했다.

○ 민생 무관심에 입 막는 독재정권…북한 응원 받기도

하지만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정권은 뚜렷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 않다. 알 아사드 대통령은 최근 언론인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물가 폭등과 식량 부족 등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구체적인 대안 없이 “나도 알아요, 알아”라고 답했을 뿐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어 언론인들에게 “시리아는 이스라엘과 평화를 이루거나 동성 결혼을 합법화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NYT는 “이는 대부분의 시리아인이 걱정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알 아사드 정권에 가장 큰 위협은 반군 파벌이나 외국 세력이 아닌, 식량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시민들”이라고 지적했다.

알 아사드 정권은 오히려 경제난에 지친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 지난달 시리아 국영텔레비전의 아나운서 할라 저프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장 자크 루소의 질문을 인용하며 “부에 관련해, 누구도 돈이 많다고 다른 군가를 사거나 또 누구도 돈이 없다고 자기 자신을 팔도록 강요되지 않는 것”이라고 썼다. 해당 아나운서는 ‘전자법’을 어긴 혐의로 체포됐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알 아사드 정권은 터키 지원을 받는 반군을 북서부 지역으로 밀어내고 시리아의 2/3 가까이를 점령하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권 당시 반군을 지원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2018년 철수했다.

시리아는 미국으로부터 나란히 ‘테러지원국’으로 지목된 북한과 오랜 기간 긴밀한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북한은 시리아 정권의 반군 공격을 ‘나라의 자주권과 발전 번영을 이룩하기 위한 시리아 인민의 정의의 투쟁에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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