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개숙인 스가… 이번엔 ‘장남의 공무원 접대’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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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근무하는 방송관련 회사 담당, 총무성 간부 39차례 접대
최소 4차례 회식 자리엔 동석
코로나속 회식논란 사과 이어… 내각 지지율 추락속 악재 늘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사진) 일본 총리가 이번에는 아들이 관련된 문제로 22일 국회에서 사죄했다. 장남이 근무하는 방송 관련 회사로부터 총무성 간부들이 부적절한 접대를 반복적으로 받은 것 때문이다. 접대를 받은 공무원들이 녹음파일 증거가 공개되기 전까지 거짓말로 일관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거세다. 내각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스가 총리는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났다.

총무성은 이날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스가 총리의 장남 스가 세이고(菅正剛) 씨가 근무하는 방송 관련 회사 ‘도호쿠신샤’로부터 총무성 공무원들이 접대 받은 문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총무성은 모두 13명의 직원이 접대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초 알려진 4명에서 9명이나 더 늘어난 것이다. 접대 회식 건수는 모두 39차례에 이른다. 총무성은 13명 중 야마다 마키코(山田眞貴子) 내각공보관(전 총무성 총무심의관)을 포함한 11명은 국가공무원 윤리규정상 ‘이해관계자로부터의 접대’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이들에 대해선 이르면 24일 징계 처분이 내려진다. 스가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장남과 관련해 결과적으로 공무원이 윤리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것이 됐다.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5명이 넘는 이들과 함께 회식을 하고, 여당 의원들이 잇달아 심야에 술집을 방문해 수차례 사죄했는데 장남 관련 문제로 또 고개를 숙인 것이다.

야당은 스가 총리가 이번 문제에 관련돼 있는 게 아닌지 추궁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오쿠노 소이치로(奧野總一郞) 의원은 “(총무성 간부는) 스가 씨가 묵인했기 때문에 (부적절한 회식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아닌가. 총리에게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스가 총리는 “아들과 회사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보고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일은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분슌이 3일 총무성의 다니와키 야스히로(谷脇康彦) 총무심의관 등 간부 4명이 작년 10∼12월 도호쿠신샤 측과 수차례 회식하고 식사비를 내지 않았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이들은 도쿄의 고급 음식점에서 1인당 4만 엔(약 42만 원)의 식사 접대와 택시 이용권, 선물을 받았다. 접대 자리 중 최소 네 차례는 세이고 씨가 동석했다.

세이고 씨는 스가 총리가 2006년 제1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총무상으로 취임했을 때 총무상 비서관으로 기용됐다. 약 9개월간 아버지의 비서관으로 일한 뒤 2008년 도호쿠신샤에 입사했다. 위성방송 및 TV프로그램 제작 사업을 하고 있는 도호쿠신샤는 총무성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는 위성방송 채널 3개를 갖고 있다. 세이고 씨는 위성방송 채널 한 곳의 임원이다.

다니와키 총무심의관 등 4명의 간부는 회식 자리에서는 도호쿠신샤 사업 얘기가 화제에 오른 적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회식 때 오간 대화가 담긴 음성파일이 추가 폭로되면서 거짓이 드러났다. 입헌민주당의 혼다 히라나오(本多平直)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이번 사태는 가케학원, 모리토모학원 스캔들과 동일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케학원 스캔들은 아베 전 총리가 그의 40년 지인이 이사장인 학교법인에 특혜를 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이고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은 아베 전 총리 부부가 지방 사학재단의 국유지 헐값 매입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스가#장남#공무원 접대#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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