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피해 프랑스 은신한 노인, 도와준 마을에 보은…27억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일 18시 01분


샹봉쉬르리뇽 마을. CNN 캡처
샹봉쉬르리뇽 마을. CNN 캡처
오스트리아인 에릭 슈밤 씨는 부모와 함께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3년, 프랑스 중남부 산간에 위치한 작은 마을 ‘샹봉쉬르리뇽’에 도착했다. 나치의 만행으로 당시 프랑스는 유대인을 축출해 수용소로 보내던 상황이었다.

슈밤 씨의 아버지는 유대계라는 이유로 나치의 표적이 됐다. 슈밤 씨 가족들은 샹봉쉬르리뇽에 숨었고 마을 주민들은 나치 순찰대가 마을을 찾을 때마다 슈밤 씨 가족들을 중학교 건물에 숨겨줬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슈밤 씨는 지난해 12월 90세로 별세하면서 이 마을에 약 200만 유로(약 27억 원)의 기부금을 남겼다. 슈밤 씨는 고령과 질환으로 죽음이 가까워오자 지난해 11월 유언장에 “샹봉쉬르리뇽 주민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청소년 교육과 장학금에 써달라”고 적었다. 슈밤 씨는 프랑스가 나치로부터 해방된 후에도 이 마을에 1950년까지 살았다.

샹봉쉬르리뇽 주민들은 당시 슈밤 씨 뿐 아니라 다른 유대인들의 목숨도 구해줘다. 마을 내 목사였던 앙드레 트로메의 주도로 마을 사람들이 똘똘 뭉쳐 3000여 명의 유대인을 숨겨준 것이다.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는 마을의 전통 아래 샹봉쉬르리뇽 주민들은 1789~1799년 프랑스 대혁명, 1930년대 스페인 내전 당시에도 박해를 받던 사제나 스페인 공화주의자들이 마을을 찾으면 이들을 도왔다.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는 이스라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센터는 1990년 샹봉쉬르리뇽 주민들에게 ‘열방의 의인’(Righteous Among the Nations)이라는 명예 칭호를 헌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엔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들을 도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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