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 아파트 떠받친 암석, 알고보니 ‘머리 없는 석상’…“붕괴 위험”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2월 17일 1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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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유산인데 그 위에 아파트를 건설

중국의 한 도시에서 9층 아파트를 떠받치고 있는 9m 높이 암벽이 알고보니 거대한 ‘석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주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충칭시 난안구 난핑거리에 있는 두 동짜리 아파트 아래 암벽 사진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십 년 동안 근처에 살던 주민들은 물론 입주민 조차 아파트가 그저 평범한 절벽위에 있는 줄 알았다. 바위가 수풀과 나무 쓰레기 등으로 덮여 전모를 볼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 환경정비를 하는 과정에서 절벽의 윤곽이 드러났고, 한 네티즌이 사진을 SNS에 게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약 9m높이인 이 암벽은 사실 바위를 깎아 만든 거대한 석상이었다. 양 손을 모은 채 가부좌를 틀고 있는 모습이다. 머리 부분은 사라지고 없다. 머리가 있던 자리에 아파트를 지은 것이다.

이곳에 사는 한 할머니는 “나는 이 석상의 정체를 전혀 몰랐다. 식물로 덮여있어 완전한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고 지역 방송국에 말했다.

석상이 언제 조각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머리가 없어 어떤 인물을 조각한 건지, 왜 만들었는지조차 모른다. 지역 당국은 여전히 그 문화적 가치를 조사하고 있으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일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북송(北宋, 960년~1127년) 또는 남송(南宋 1127~1279)시기 유물이거나, 중국 마지막 왕조인 청나라 (凊, 1616~1912)시대에 만들어진 석상이라는 추측 등이 인터넷에 퍼졌다. 1910년대 청이 무너지고 난 뒤 건설 되다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중단됐다는 설명도 있다.

어떤이는 과거 이곳에 절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 석상이 ‘불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석상의 특징으로 볼 때 불상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지역 정보국에 따르면, 이곳에 191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지어진 사원이 있었는데, 석상의 머리는 1950년대에 파괴됐고, 1987년 절이 철거되면서 그 자리에 1990년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70년 동안 이 지역에 살았다는 한 할머니는 “1950년대에 사원 내부에 불상이 있다고 들었지만, 불상의 머리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떠올렸다.

문제는 아파트가 들어설 당시 이 석상이 지역 차원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문화유산임에도 그 위에 아파트를 건설한 것이다. 당국은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석상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매체는 지적했다.

현재 이 석상은 견고하지 않아 붕괴 위험에 직면해 있다. 충칭시 당국은 문화재 전문가들을 초청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평가를 바탕으로 석상 보호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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