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백신 확보량, 인구 수 미달”…세계 ‘백신 확보戰’ 상황은?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16일 17시 51분


한국, 세계 상위소득 국가 16개 중 12위
캐나다, 전체 인구의 6배 물량 확보해
빈국, 2024년께 충분한 백신 얻을 듯
영·미에 "빈국 백신 기증하라" 압박 심화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량이 전제 인구 수보다 적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다만 전 세계와 비교했을 때 우리의 인구 대비 백신 확보 비율은 상당한 상위권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듀크 대학, 영국 과학 데이터 분석업체 에어피니티(Airfinity)의 보고서와 유니세프의 코로나19 백신 구매 현황판을 비교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상위소득 국가 16개 중 ‘인구 대비 선주문 물량 비율’이 12번째로 많다. 캐나다는 인구 대비 6배나 많은 백신을 구매해 1위에 올랐으며,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호주, 칠레, 이스라엘, 뉴질랜드, 홍콩, 일본 등도 전체 인구 수를 넘는 물량을 확보했다.

우리를 포함해 스위스, 쿠웨이트, 대만, 이탈리아, 파나마는 백신 확보 물량이 인구 수에 못미치는 상위소득 국가로 분류됐다.

백신 ‘부익부 빈익빈’…가난한 국가는 인구 20% 접종 가능

NYT의 이날 보도는 백신 확보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양극화 상황을 조명하는 가운데 나왔다. 분석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들의 경우 2021년 인구의 최대 20%만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듀크 대학의 앤드리아 테일러 연구원은 “고소득 국가들이 맨 앞줄을 선점해, (백신을) 싹쓸이했다”고 말했다.

특히 부유한 국가의 경우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프랑스의 발네바 등 세계 각국의 백신 후보 물질을 선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매한 물량이 모두 들어온다면 캐나다는 인구 대비 6배 이상, 영국과 미국은 4배 이상, EU와 호주, 칠레는 2배 이상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다.

저소득 국가는 2024년 전까지 인구 전체에게 접종 가능한 물량을 확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백신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비영리기구(NGO) 2개는 92개 빈국에 10억 회분의 백신을 공급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백신의 공동 구매와 배포를 위해 국제적으로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가 구성돼 운영되고 있으나 현재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NYT는 이들이 충분한 재원을 얻어 성공적으로 10억 회분을 확보하더라도 이는 빈국 인구의 20% 안팎 만이 접종 가능한 물량이라고 전했다.

부국의 제약사 ‘직접 투자’…백신 확보 승기 잡았다

영국, 미국 등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사의 연구, 제조를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백신을 우선 확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우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가장 유망한 백신 후보 물질 5종의 연구, 개발, 제조를 지원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미국이 선확보하는 조건이었다.

덕분에 미국은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노바백스를 포함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프랑스의 사노피 등의 백신 8억1000만 회분 선매에 성공했다. 계약을 확대한다면 미국은 총 15억 회분의 백신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역시 자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대부분을 확보한 상황이다. 프랑스의 작은 제약사 발네바를 포함해 영국이 확보한 백신 물량은 총 3억5700만 회분이다. EU도 이들 제약사를 포함해 독일 큐어백으로부터 13억 회분을 확보했다. 필요시 6억6000만 회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부국들 역시 선구매한 물량을 언제쯤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각 백신 후보 물질의 진전 단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의 발네바, 사노피, 큐어백 등은 미국 제약사에 비해 개발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백신 생산 여력도 문제다. 에어피니티에 따르면 부유한 국가 대부분은 백신 제조업체, 혹은 협력업체가 생산 가능한 양보다 더 많은 물량을 구매 계약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32억1000만 회분의 백신 공급 계약을 마쳤으나, 실제 제조 가능한 양은 28억6000만 회분에 불가하다. 존슨앤드존슨 역시 13억 회분의 공급 계약을 달성했으나 자사의 제조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총 11억 회분까지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다.

“가난한 국가에 백신 기증하라”…세계적 압박 유효할까

백신 확보 상황에 국가별 양극화가 드러나며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 물량을 기증하라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

호주, 영국, 캐나다, EU는 이미 코백스에 재정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최근 NGO들은 이들 국가에 “빈국의 백신 확보를 위해 백신 물량 조달을 일부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시작했다.

브루스 에일워드 WHO 사무총장 선임 고문은 “최악의 상황은 우리가 코로나19로 가장 위험한 순간을 겪는 나라에 백신을 배포하기도 전에 특정 국가의 모든 국민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체 인구의 6배 물량의 백신을 확보한 캐나다의 경우 이미 해외 백신 기증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같은 압력을 외면한 대표적인 국가다. 코백스 지원을 거부한 것은 물론, ‘백신 국수주의’를 세계에 선전하는 데 앞장 섰다. 다만 이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충분한 공급이 이뤄졌다고 판단되면 동맹국, 파트너를 위한 백신 배포를 촉진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보수적인 백신 분배를 약속한 상태다.

부유국이 백신을 기부해도 세계 나머지 국가들이 내년 말까지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는 힘들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충분한 백신이 확보될 수 있는 시기를 2024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된다면 백신 수요가 줄어들며 2022년 말께 공급이 충분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듀크 의대의 크리슈나 우다야쿠다르 박사는 “만약 코로나19 백신이 독감 예방주사처럼 매년 접종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모든 예상치는 뒤집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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