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사르코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법정 처음 선 前 佛대통령’ 불명예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23일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유세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자신의 수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판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23일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유세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자신의 수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판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23일(현지 시간) 오후 1시 23분. 프랑스 파리 형사법원.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65)이 등장하자 수십 대의 카메라에서 일제히 플래시가 터졌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용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얼굴 절반을 마스크로 가렸지만 어두운 표정이 역력했다.

르몽드 등에 따르면 이날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1958년 출범한 프랑스 제5공화국에서 처음으로 법정 피고인석에 선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그가 피고인석에 선 이유는 ‘판사 매수’ 혐의 때문이다. 사르코지는 화장품 기업으로 유명한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로부터 2007년 대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이른바 ‘베탕쿠르 스캔들’로 2013년 기소됐다.

더 큰 문제는 사르코지가 이 사건을 담당하는 질베르 아지베르 판사를 매수한 혐의가 드러난 것이었다. 사르코지는 당시 법원에 제출된 불법 정치자금 재판 관련 정보를 얻는 대가로 재선 성공 시 아지베르에게 이웃 나라인 모나코의 고위직을 약속했다. 모나코 고위직은 프랑스 정부가 추천하는 인사를 임명한다는 점을 악용한 셈이다.

이후 아지베르 판사는 불법 정치자금의 증거로 경찰이 압수한 사르코지 수첩 등에 대해 증거 능력이 없다고 결정했고, 베탕쿠르 스캔들 관련 용의자들은 2013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사정당국이 이듬해 감청을 통해 판사 매수 과정을 포착하면서 결국 관련자들과 함께 기소됐다. 앞서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도 퇴임 후인 2011년 공금 유용 혐의로 징역 2년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다만 시라크는 건강 악화로 법정에는 출두하지 않았다.

이날 대통령의 첫 법정 출두는 30여 분 만에 끝났다. 74세인 아지베르가 건강과 공공장소에서의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아지베르에 대한 건강검진 지시와 함께 재판을 26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사르코지는 유죄가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 100만 유로(약 13억 원)를 선고받을 수 있다. 사르코지는 2012년 대선 당시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내년 3월 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2011년 사망)로부터 2007년 대선에서 수백만 유로를 지원받은 혐의로도 이달 12일 기소됐다. BBC는 “프랑스의 ‘랜드마크’였던 사르코지 앞에는 법정이라는 냉엄한 현실만이 놓여 있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피고인#사르코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