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상 요격기로 ‘ICBM 격추시험’ 첫 성공…北에 공개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8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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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해상에서 요격 미사일을 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격추하는 시험에 처음으로 성공하면서 ICBM 방어 역량이 한층 강화됐음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이는 지난달 대규모 열병식에서 신형 ICBM을 공개한 북한에 대한 공개 경고이자, 미국의 불안정한 정권교체기에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는 견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FTM-44’로 명명된 이번 시험은 하와이를 ICBM 공격에서 보호하는 시나리오 하에 진행됐다. 당초 5월 20일 실시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되다가 이번에 이뤄진 것. 이 시험은 주로 중거리 미사일 대응용으로 설계된 요격 미사일 ‘SM-3 블록 2A’가 ICBM 위협에도 대응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올해 말까지 평가하라는 의회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은 설명했다. 해군 함정 존 핀(DDG-113)에서 발사된 SM-3 블록 2A는 이번이 6번째 실험이다.

미사일 전문가인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앤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이란이 ICBM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북한(대응용)”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북한에서 뭔가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번 시험을 흥미롭게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번 요격 시험은 미국이 북한의 무기 개발에 대응해 미사일 방어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북한이 사실상 타깃이라고 전했다. 폭스뉴스 역시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핵무력이 계속 강화됨에 따라 미군은 지상과 해상에서 미사일 방어 요격기 능력을 키워왔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길이가 최대 24m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식 신형 ICBM을 전격 공개했다. 최대 600kg급 핵탄두를 3개까지 싣고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포함한 동부 주요 도시들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ICBM인 ‘미니트맨3’을 한 달여 만에 다시 시험 발사했고, 상원 세출위원회는 최근 2021회계연도 예산 배정에서 ICBM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망 확충 예산을 증액했다. 6960억 달러(약 776조 원)의 예산 중 미사일방어청(MDA)에 책정된 예산은 102억3000만 달러로 MDA가 당초 요청했던 금액보다도 11억 달러 더 늘어났다.

미국은 북한이 조만간 ICBM을 발사하는 등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소송전, 이로 인한 미국의 혼란이 계속되는 시점에 도발을 감행해봐야 북한으로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 다만 북한은 미국의 새 대통령 취임 첫해에 대형 도발에 나서 ‘“값’을 높이는 전략을 자주 써왔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미국의 관심을 끌 방식과 시점, 효과 등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방미 중인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태스크포스(TF) 소속 방미 대표단을 만나 ”지난 북-미 대화의 경험와 교훈이 다음 행정부까지 이어지고, 향후 북미협상이 지속해서 충실히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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