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테러에 굴하지 않는다”

  • 동아일보

무함마드 풍자 만화 실었다가 총격테러 당한 佛 ‘샤를리 에브도’
테러 조력자들 재판 앞두고 문제의 그 만화 다시 게재
이슬람권 “공존 해치는 도발”
마크롱 “정부가 개입할 수 없어”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2일자에 2015년 1월 총격 테러의 원인이 됐던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풍자만화가 다시 게재된 모습. 샤를리 에브도 홈페이지 캡처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2일자에 2015년 1월 총격 테러의 원인이 됐던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풍자만화가 다시 게재된 모습. 샤를리 에브도 홈페이지 캡처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2015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총격 테러를 당해 12명의 직원이 숨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문제의 풍자만화를 2일(현지 시간) 다시 게재했다. 테러 위협에 굴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지만 프랑스 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는 이날 발간된 특별판에 ‘이러려고 그랬나’(Tout ¤a pour ¤a)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무함마드 풍자만화를 실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넘쳐난다’는 설명과 함께 무함마드가 “바보들에게 사랑받는 건 힘들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 주간지가 이슬람 문화를 풍자하는 시발점이 된 만화로, 2006년 2월 9일자에 게재됐다. 유명 만화가 장 카뷔가 그렸다.

이 주간지는 전날 사설을 통해 “우리는 잠들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함마드 풍자만화를 다시 싣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다시 게재한 이유에 대해서는 2일부터 2015년 테러 용의자들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14명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에 앞서 당시 상황을 재조명하는 한편 저널리즘 차원에서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만평을 다시 게재하게 됐다”는 것이다.

1960년 창간된 샤를리 에브도는 성역 없는 풍자만화로 유명하다. 무함마드뿐 아니라 교황, 세계 각국 지도자를 비판하는 만평을 매주 게재해 왔다. 그러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무함마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것 자체가 금기다.

이슬람 과격주의자 셰리프, 사이드 쿠아치 형제는 2015년 1월 파리 11구에 위치한 샤를리 에브도 편집국을 찾아가 12명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 이후 전 세계에서 테러 규탄과 함께 언론 자유를 지지하기 위해 ‘내가 샤를리다’를 외치는 대규모 시위가 펼쳐졌다.

사건 이후 샤를리 에브도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언론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에 이슬람 극단주의에 의한 테러가 연달아 발생했다. 같은 해 11월 이슬람국가(IS)가 파리 시내에서 테러를 가해 130명이 사망했고, 이듬해 7월에도 니스 테러로 86명이 숨졌다.

이슬람권은 반발하고 나섰다. 파키스탄 외교부 대변인은 “수십억 이슬람교도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행위”라며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평화로운 공존을 약화시키는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이슬람권에서는 만평이 발행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법안 마련을 유럽연합(EU)과 유엔에 촉구하기도 했다. 급진적인 이슬람 무장단체를 자극해 또 다른 테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이슬람교위원회(CFCM)는 “이 만화를 무시해 달라.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논란이 커지자 레바논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이를 정부가 뭐라고 할 수 없다”면서도 “서로 존중하고 증오의 대화를 피하는 건 프랑스인의 의무”라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샤를리 에브도#이슬람교#무함마드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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