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표 얻고도 낙선.. 승리 당연시하면 안돼"
" 투표안한 사람, 4년 내내 트럼프 못막은것 후회"
40여년간 미국 정치에서 여성정치인과 최고위 공직자로 살아왔던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전당대회에 돌아와 지지자들의 표심을 굳히기 위한 찬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도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최대한 투표에 참가해 줄 것을 호소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을 비롯한 국내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배해 대통령직을 놓졌던 클린턴은 실제로 트럼프 보다 거의 300만표나 득표 수에서 이겼음에도 결국 낙선했다.
AP통신은 클린턴이 미국의 정치 문화에서는 매우 복잡한 인물이라며 그의 연설의 파급력을 분석하고 있다. 클린턴은 공화당원들 다수에게는 경멸을 받고 있으며 새로운 민주당, 현대화된 민주당을 요구하는 일부 진보세력에게는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클린턴은 19일 밤(현지시간)에 행할 이번 연설에서 자신의 실패에 대한 반성과 함께 2016년 대선 때 일부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고 집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인들에게 “선거 결과를 당연시하며 방심하지 말고 반드시 투표하도록” 경고할 것으로 몇 시간 전에 미리 배포된 연설 요약문에서 드러났다.
“ 지난 4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나는 그(트럼프)가 얼마나 위험한 인간인지 그때는 몰랐다. 그 때로 되돌아가서 다시 투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때 투표를 했어야 하는 건데…’하고 후회하기도 했다. 이 번 선거에는 다시 이랬어야 저랬어야 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클린턴은 연설할 계획이다.
클린턴의 민주 전대 연설은 미국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의원의 후보 수락과 함께 이 날이 미국의 여성참정권 획득 100주년 다음 날이어서 특별한 의미를 더 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4년 전 미국 대통령 후보로서 미국의 여성 정치사에 가장 큰 역사적인 획을 그은 인물로 이후 수 백만명의 여성들에게 큰 영감을 불어넣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할 수 있는 최적의 선봉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는 이번 연설에서 여성 참정권 100주년에 대해서도 “70년 전에도 여성 참정권 시위는 계속되었고 참가자들이 투옥되면서 결속이 다져졌다. 55년 전에도 이 권리의 보장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서 존 루이스가 행진을 하다가 셀마에서 피를 흘리기도 했다”는 내용을 연설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 뒤에도 매년 여성행진이 이어졌으며 전국 각지의 여성 의원 출마자 (당선자) 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그 힘으로 민주당은 2018년 미국 하원을 장악할 수 있었다. 올해에는 상원과 하원 여성 출마자, 특히 유색인 여성 출마자가 더 많이 늘어나 최고 숫자를 기록했다고 럿거스 대학의 미국여성정치연구소는 밝혔다.
미국 정치에서는 “힐러리 이전, 힐러리 이후”를 말할 정도로 클린턴의 영향력을 평가하고 있다. 클린턴이 1990년대 퍼스트 레이디로 백악관에 입성한 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그녀를 가둬”( lock her up)라는 구호를 지지군중에게 연호하게 했을 정도로 박빙의 라이벌이 된 사실도 중시하고 있다.
특히 2016년 이후와 최근 트럼프 정부의 잇딴 실책으로 흑인사회와 여성계, 진보 세력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민주당의 혁신과 “나라 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개혁 열망이 크다는 점에서 클린턴의 선거 지원에 거는 기대가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클린턴의 이 번 민주당 전당대회 참석은 벌써 여섯 번째이다. 1992년에는 아칸소주 주지사를 오랫동안 역임했던 남편 빌 클린턴이 대선후보로 지명되었을 때였지만 그 해에는 연설은 하지 않았다. 첫 전당대회 연설은 1996년 당시 퍼스트 리이디로서 정치에 너무 관여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을 당시에 했다.
2000년도에는 상원의원 후보로서 연설을 했고, 2004년에는 뉴욕주 상원의원 신분으로 단상에서 남편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2008년에는 대통령 후보에 처음 도전한 뒤 버락 오바마에게 패배하고 나서 그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랐다. 2016년에는 정식 대통령 후보로 전당대회 연단에 서서 “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큰 유리천장을 깨뜨렸다”고 외쳤다.
클린턴의 전 공보비서이자 2016년 대선에서 선거본부 선임고문을 맡았던 캐런 피니는 클린턴이 미국 역사상 여성정치와 여성의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족적을 남겼다고 말한다. 정치적 권한은 없지만 퍼스트 레이디로서 백악관에 입성했고 나중에는 스스로 대통령후보가 되어 마음껏 영향력을 발휘했고 공직 생활도 했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1920년 여성참정권이 인정되어 투표할 권리가 생긴 이후에도 흑인이나 유색인종 여성들의 권리는 10여년 뒤에야 실현되었다는 데 주목하고 여성의 투표를 독려해왔다고 피니는 말했다.
“그 당시로부터 흑인 부통령후보가 나온 지금까지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의 현재가 정말 제대로 제 위치에 와있느지를 재점검할 때”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2020년의 대선에서 미국이 처한 엄혹한 현실을 감안할 때 트럼프와 일전을 겪었던 클린턴의 독특한 비전과 여성에 대한 독려가 민주당의 선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