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잃고 나흘뒤 일하러 간 조 바이든, 여러분 가정도 일으킬 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0일 03시 00분


민주 전당대회서 대선후보 지명
아내 질 여사, 마지막 연사로 등장
코로나로 힘든 시기 겪는 국민에 질곡의 가정사 극복한 면모 부각
클린턴 “지금 백악관, 혼란만 가득” 파월 “美리더십 다시 세워줄 사람”

코로나 현실 상징하듯 텅 빈 교실서 연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18일 델라웨어주 브랜디와인 고등학교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부인
질 여사의 지지 연설 직후 포옹하고 있다. 교사 출신의 질 여사는 이 학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윌밍턴=AP 뉴시스
코로나 현실 상징하듯 텅 빈 교실서 연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18일 델라웨어주 브랜디와인 고등학교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부인 질 여사의 지지 연설 직후 포옹하고 있다. 교사 출신의 질 여사는 이 학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윌밍턴=AP 뉴시스
18일 진행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서는 대의원 공개투표인 ‘롤 콜(roll call·호명)’이 진행됐다. 알파벳 순서대로 미국의 50개 주 및 6개 자치령, 워싱턴의 대의원 확보 수를 불러 나간 뒤 과반을 확보한 후보를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것. 롤 콜을 시작한 지 약 34분 만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이로써 바이든 후보는 1973년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워싱턴 정치무대에 진출한 지 47년 만에 대선 본선 티켓을 공식적으로 쥐게 됐다. 대선 도전 삼수 끝에 이뤄낸 결과다. 부인 질 여사와 함께 화면에 등장한 바이든 후보는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진심으로 매우, 매우 감사하다.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목요일에 뵙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질 여사의 연설이었다.

○ 바이든의 인간적 면모 부각한 질 여사

질 여사가 연설한 장소는 미국 델라웨어주 브랜디와인 고등학교의 텅 빈 교실. 1990년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곳이다. 그는 “새로운 공책의 종이나 왁스칠이 된 복도의 냄새는 여기 없다. 학생들은 네모난 컴퓨터 스크린에 갇혔고 교실은 어둡기만 하다”고 묘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학교 문을 닫게 된 현실을 언급한 것이다.

질 여사는 바이든 후보가 6선의 상원의원 및 부통령을 지내던 시기에도 교사라는 현직을 유지해 왔던 커리어 우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와 학생들, 경기 침체와 건강 악화로 고통받는 미국인들을 향해 “엄마이자 할머니로서 비통함을 느낀다”며 위로하는 감성적인 접근과 함께 바이든 후보가 이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바이든 후보가 아픈 가족사를 극복해낸 과정을 소개하며 이를 국정으로 연결시켰다. “붕괴된 그의 가정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며 “같은 방식으로 나라를 회복시킬 수 있다. 사랑과 용기와 흔들림 없는 확신, 이해와 친절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는 첫 상원의원에 당선된 지 한 달 만인 1972년 12월 교통사고로 부인과 어린 딸을 잃었고, 2015년에는 장남 보 바이든을 뇌종양으로 잃었다.

질 여사는 “보의 장례식 후 나흘이 지났을 때 조는 면도를 하고 정장을 꺼내 입은 뒤 일을 하기 위해 아들이 없는 세상으로 걸어 나갔다”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상상조차 안 되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조에게 이 나라를 맡기면 그는 우리 가족에게 했듯이 바로 당신의 가족에게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그는 우리를 하나로 묶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보수진영 거물급 바이든 지지 이어져

질 여사에 앞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존 케리 전 국무장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이 주요 연사로 나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 시기에 ‘지휘 센터’가 되어야 할 백악관 오벌오피스는 혼란만 가득한 ‘폭풍 센터’가 돼 버렸다”며 “지금의 백악관은 절대로 책임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the buck never stops there)”고 비판했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고 적어놨던 문구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책임한 정책 결정을 꼬집은 것이다.

전날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 등에 이어 이날도 보수진영 거물급 인사들의 바이든 지지가 이어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은 “바이든은 (임기) 첫날부터 미국의 리더십과 도덕적 권위를 복원할 것”이라며 “바이든은 우리 모두가 거수경례할 때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낸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도 바이든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경질됐던 샐리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은 법의 지배를 짓밟고 정적을 공격하기 위해 사법부를 무기화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민주당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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