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통해 유권자와 대화하는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17일(현지시간)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델라웨어 주에서 화상을 통해 유권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 있는 전당대회 행사장에서 전국 각지를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된다. 바이든 트위터 캡쳐
17일(현지 시간) 미국 동부시간 오후 9시. 정확히 정각에 맞춰 민주당 전당대회 홈페이지와 CNN방송을 비롯한 주요 방송사 화면에 동시에 로스앤젤레스(LA)의 전당대회 스튜디오가 연결됐다. 대규모 청중의 환호와 박수, 풍선은 없었다. 진행을 맡은 여배우 에바 롱고리아가 홀로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민주당의 첫날 온라인 전당대회는 잘 짜여진 한 편의 TV다큐멘터리 같았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과거 유세장면을 담은 기록 영상과 홍보물, 짧은 인터뷰 영상들이 교직되는 방식으로 2시간 동안의 프로그램이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만들어낸 전례 없는 전당대회 실험이었다.
●‘비대면’ 대선 이벤트 실험
‘우리가 바로 국민(We the People)’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민주당의 첫날 전당대회는 당 홈페이지와 주요 언론사 웹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됐다. 민주당은 물리적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온라인의 특성과 방송 편집기술을 십분 활용해 바이든 후보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그를 지지하는 미 전역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내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 비판은 물론 인종차별과 팬데믹, 경기침체 문제 등 다양한 주제들을 짧은 호흡으로 넘나들었다.
성조기의 색깔인 빨강, 파랑, 하얀색 옷을 입은 50개 주의 어린이들이 각자 만들어내는 미국 국가의 하모니가 한 화면에 어우러지는가 하면, 주요 연사들의 연설이 끝난 직후에는 TV 앞에 모여서 박수를 보내는 유권자들의 반응이 수십 개로 분할된 화면을 채웠다. 실시간으로 스튜디오에 연결된 필라델피아주의 농부와 텍사스주의 학교 간호사, 뉴저지주의 15세 흑인 소녀 등이 생업의 어려움과 미래 희망 등을 이야기하는 인터뷰를 진행됐다.
자칫 감성적으로 흐를 수 있었던 온라인 전당대회에 힘을 불어넣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화력을 뿜어낸 민주당 스타 정치인들의 연설이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대선경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그레첸 휘트먼 미시건주 주지사,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 등이 줄줄이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샌더스 의원은 “이번 대선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우리가 그동안 만들어온 모든 진전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민주당의 단합을 호소했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 측과 분열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화룡점정’ 미셸 오바마의 연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미셸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의 연설. 마지막 순서를 맡은 그는 ‘V-O-T-E(투표)’라는 글씨가 달린 목걸이를 하고 등장했다. 미셸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 시기에 부응할 수 없는 사람이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선거에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악화되는 상황을 끝낼 수 없다”며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존 루이스 하원의원의 말처럼 뭔가 잘못된 걸 봤다면 뭐라도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셸은 과거 ‘그들이 저급하게 가더라도 우리는 품격 있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고 했던 자신의 연설을 다시 언급하며 “상대방의 인격을 해치고 비하하는 사람들과 똑같이 하는 것은 우리 또한 흉측한 잡음의 일부가 되고 우리 스스로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바이든)는 신의를 따르는 품위 있는 사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해 그를 띄우기도 했다. CNN, MSNBC방송 등은 그의 연설에 대해 “가장 파워풀하고 인상적인 정치 연설 중의 하나” “트럼프 대통령을 정확하게 저격한 역사적인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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