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위’ 호건 “트럼프 文 상대하기 싫고, 한국인 끔찍하다 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7일 0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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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끔찍하다(terrible)”는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국 사위’로 유명한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 주지사(64)가 밝혔다. 호건 주지사는 16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을 비판하며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7일 공화당 주지사협회가 워싱턴에서 주최한 만찬 연설에서 “왜 미국이 그들(한국)을 보호해왔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우리에게 돈을 내지 않는다”고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한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주한미군 기지 내 한국인 근무자의 무급휴직이 시행되는 4월을 앞두고 당시 미국이 분담금 증액 압박 수위를 한껏 높이던 시점이라는 것과 무관치 않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얼마나 잘 지내는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골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등을 거론하다 문 대통령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호건 주지사는 밝혔다.

전미주지사협회장이기도 한 호건 주지사는 이날 만찬에 2004년 결혼한 한국계 부인 유미 여사(61)와 동행했다. 그는 “아내는 대통령이 모국에 모욕을 퍼붓는 동안 앉아 있었다. 아내가 나가버리고 싶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는 예의 바르게 조용히 있었다”고 회고했다.

호건 주지사는 다음날인 2월 8일 워싱턴 주미대사관저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 만찬에서 문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를 접했다. 호건 주지사는 “문 대통령은 유미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얘기했고 나를 ‘한국 사위’라 칭했다. 몇 달이 지나 그의 따뜻함이 메릴랜드 주민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알았다”고 밝혔다.

호건 주지사는 4월 한국으로부터 50만회의 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한 진단도구를 공수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 주지사에게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부실한 코로나19 대처를 폭로했다. 한국산 도구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유미 여사가 직접 한국 업체와 교섭하는 등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호건 주지사는 야당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메릴랜드에서 집권 공화당 소속으로 당선돼 2015년 1월부터 메릴랜드주를 이끌고 있다. 그가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기 위해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두드러지게 각을 세우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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