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연방검찰 “손정우 송환 불허 韓 법원에 실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8일 0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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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와 연방검찰이 세계 최대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운영자인 손정우 씨의 미국 송환을 막은 한국 법원의 결정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관은 특히 손 씨가 운영해온 ‘웰컴 투 비디오’ 같은 아동 착취물 사이트가 미국인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거론하며 불(不)송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워싱턴 연방검찰의 마이클 셔윈 검사장 대행은 7일(현지 시간) 미국의 손 씨 인도 요청에 대한 한국 법원의 불허 결정에 대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아동 성 착취 범죄자 중 한 명에 대한 법원의 인도 거부에 실망했다”며 “그(손정우)의 행동은 미국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답변했다.

미국은 ‘웰컴 투 비디오’ 사건에 대해 한국과 영국, 독일 등지의 32개 기관과 함께 3년 간 공조수사를 벌여왔고 2018년 8월 아동 음란물 배포 등 9개 혐의로 손 씨를 기소했다. 손 씨는 한국 법원에서 1심 집행유예, 2심에서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미국은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돈세탁 혐의에 대해서만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 미국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르면 자금세탁 규모가 50만 달러 이상일 경우 최대 징역 20년, 50만 달러 미만이면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셔윈 검사장 대행은 다만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한국 법무부의 노력에 감사한다”며 “우리는 법무부 및 다른 국제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해 우리 인구 중 가장 취약한 구성원인 아동에게 피해를 주는 초국가적 온라인 범죄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공조로 이뤄진 이번 수사에서 현재까지 한국과 영국, 스페인, 체코, 아일랜드 등 38개국 337명이 ‘웰컴 투 비디오’의 음란물을 내려받은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수사 결과 이 사이트에는 20만 개 이상의 동영상이 올라왔고, 100만 회 이상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인터넷에서는 미국 국무부에 손 씨의 미국 송환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www.change.org)에서 이 청원에 서명한 사람은 현재 6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의 로펌 ‘버드 마렐라’에서 범죄인 송환 업무를 다뤄온 이주민 변호사는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운영은 미국에서 처벌됐다면 종신형 선고도 가능한 범죄”라며 “이 사건은 미국 법무부가 굉장히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수사해왔던 사건인 만큼 그 수사대상 1호였던 손 씨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중처벌 대상에 걸리지 않는 새로운 혐의로 송환을 재요청하거나 손 씨가 한국을 벗어나는 시점에 신변 확보를 시도하는 방식 등으로 다른 처리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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