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진영… ‘해외 망명의회’ 구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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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망명 사이먼 정 “투쟁 대안 고민”
우산혁명 주역 네이선 로 망명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서 강력한 ‘공안 통치’로 활동 공간을 잃은 홍콩 민주화 진영이 해외에 망명의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홍콩 정부는 반중(反中) 시위대를 흉악범으로 규정하고 무장경찰을 투입해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에서 일하다가 최근 영국으로 망명한 사이먼 정 씨(29)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망명의회 구상을 밝혔다. 정 씨는 “망명의회는 중국과 홍콩 당국에 민주주의를 마음대로 짓밟을 수 없다는 것을 알리는 분명한 신호가 될 것”이라며 “망명의회 구상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망명의회를 어디에 설립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홍콩 민주화 진영 인사들의 망명도 이어지고 있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 네이선 로 씨(27)는 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망명 사실을 알렸다. 그는 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에 있어 국제사회의 지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아무리 위협적이어도 나는 내 일을 할 것이다. 홍콩인들은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 씨는 안전상의 이유로 망명지를 밝히지 않았다.

로 씨와 함께 우산혁명을 이끈 조슈아 웡 씨(24)는 “네이선 로의 결정을 이해한다”면서 “홍콩을 위해 우리는 국제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는 아직 여기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거리에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웡 씨는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현재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홍콩 경찰과 반정부 시위대의 갈등은 격화하고 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경찰은 시위대 조사 과정에서 침, 머리카락 등 DNA 샘플을 채취했다. 시위대 측은 “DNA 샘플 채취는 성폭행, 마약 소지 등 중범죄 피의자에게만 적용돼 왔다”며 반발했지만 홍콩 당국은 ‘적법한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홍콩 내 공공 도서관에서는 민주화 인사들의 저서가 모두 사라졌다. SCMP에 따르면 도서관을 관리하는 홍콩레저문화사무처는 “홍콩보안법에 따라 일부 서적의 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홍콩에 대한 통제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밍(明)보는 이날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춰 무장경찰 200∼300명을 홍콩에 파견해 머물도록 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폭동과 시위 진압을 전문으로 하는 무장경찰은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준군사조직으로 여겨진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홍콩보안법#망명의회#네이선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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