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가토, 이시바 vs 힘빠진 스가… ‘포스트 아베’ 희비 엇갈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9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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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우왕좌왕하면서 ‘포스트 아베’ 후보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주무 부처인 후생노동성의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상, 아베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가토 후생상은 코로나19 대응을 진두지휘하면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으로 사무능력이 탁월해 국회에서 야당의 공격에 차분하게 정부 방침을 설명했다. 자민당의 한 중견의원은 최근 지지통신에 “가토 씨였기에 국회 심의를 버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에 대한 판단을 잘못해 감염자를 대거 양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말부터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최근 블로그에 “코로나19 사태 해결이 최우선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사태 해결 후”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와 사사건건 맞섰지만 ‘코로나 휴전’을 선언하며 정부에 협력하는 모습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전국지의 한 간부는 “이시바 씨의 실리적 모습이 인상깊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더 높아진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위기관리를 도맡아왔던 정권 2인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코로나19 의사결정 과정에 배제되면서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에서 “국내 마스크 공장을 24시간 돌려 다음 주부터 매주 1억 장 이상 공급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지금까지도 시중에서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조차 “스가 씨는 일처리가 확실하지만, 코로나19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후임으로 밀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역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기시다 정조회장과 회식을 하며 “좀 더 목소리를 내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총리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는 그로서는 아베 정부를 비판하기 힘들다. 코로나19 관련해서도 정부 대책을 대체로 옹호하다보니 국민들 사이에 존재감이 약하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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