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임무, 테러대비→中-러 견제? 美, 서아프리카서 철군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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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이후 18년간 대테러 주력 ‘끝없는 전쟁’ 끝내겠다던 트럼프
해외주둔 병력 재정비 첫 작업… 남미-중동 파병도 연쇄조정 예정
동맹국 반발 여론 커질 가능성

미군 장병들과 화상통화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자신의 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성탄절을 맞아 미 장병들과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4분간의 화상통화에서 미국의 무역 성과를 자랑하다가 “우리는 멕시코, 캐나다, 북한, 일본과 매우 큰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발언 맥락상 한국을 북한으로 잘못 지칭한 것으로 보여 ‘성탄절 도발’을 경고한 북한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을 
붙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플로리다=AP 뉴시스
미군 장병들과 화상통화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자신의 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성탄절을 맞아 미 장병들과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4분간의 화상통화에서 미국의 무역 성과를 자랑하다가 “우리는 멕시코, 캐나다, 북한, 일본과 매우 큰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발언 맥락상 한국을 북한으로 잘못 지칭한 것으로 보여 ‘성탄절 도발’을 경고한 북한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을 붙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플로리다=AP 뉴시스
미국 국방부가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의 첫 단계로 서아프리카 주둔 병력 감축 또는 철군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1년 9·11테러 이후 18년간 ‘테러와의 전쟁’에 초점을 맞춰온 해외 주둔 미군의 역할이 중국 러시아 등 패권 경쟁국 견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내부 사정에 정통한 미 관리들을 인용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미군을 상당수 줄이거나 완전 철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아프리카 지역에는 미군 약 7000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장관은 아프리카사령부에 내년 1월까지 철군 계획과 병력 재배치 계획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NYT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국방부가 서아프리카 병력의 (감축 대신) 통합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으나 최종 결론은 주둔 미군의 추가 축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서아프리카 주둔 미군 감축은 해외 주둔 미군을 재배치하는 글로벌 전력 재배치의 첫 번째 단계다. ‘끝없는 전쟁’을 끝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사실상의 첫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미군 약 20만 명이 해외에 주둔하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와 큰 변화가 없는 규모다. NYT는 이에 대해 “테러 단체들과 맞서 싸우는 ‘포스트 9·11테러’ 임무를 줄이고 국방부의 우선순위를 중국 러시아 등 이른바 ‘강대국’과 맞서는 것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남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연쇄 개편도 예고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이라크 주둔 병력을 5000명에서 2500명으로 줄이고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 약 1만3000명 중 4000명을 감축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지난 가을 아프리카 사령부에 병력 수요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으며 유럽, 아시아, 중동, 서반구를 아우르는 지역 사령부에도 비슷한 요청을 했다.

미국 내에서는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의 병력 감축 움직임과 관련해 중국 러시아가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을 내줄 수 있고 미국 외교 및 정보 관련 시설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프리카에서 미군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 등 동맹국과 미 의회, 국무부 및 군부 내의 반대 여론이 커질 수도 있다.

미 국방부의 전략 변화는 한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주한미군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서명한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전년 대비 6500명 늘어난 2만8500명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NYT는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미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거나 증원할 수 있는 지역에서는 주둔지 국가에 비용을 더 많이 분담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에스퍼 장관이 최근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주둔비로 지난해 합의한 금액의 5배 이상인 연간 50억 달러 지불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미군 재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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