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소녀가 산 성탄절 카드에 “中감옥서 강제노동… SOS”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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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푸교도소 외국인 수감자가 써… 납품받은 테스코, 진상조사 나서

22일 영국 런던에서 플로렌스 위디컴 양이 중국 교도소 수감자의 도움 요청 메시지가 쓰인 성탄 카드를 들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22일 영국 런던에서 플로렌스 위디컴 양이 중국 교도소 수감자의 도움 요청 메시지가 쓰인 성탄 카드를 들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한 영국 어린이가 구입한 성탄 카드에 “중국 감옥에서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는 SOS(긴급 구조 신호)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고 22일 선데이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런던 남부 투팅에 사는 6세 소녀 플로렌스 위디컴은 대형 할인점 테스코에서 산 성탄 카드를 뜯어보고 깜짝 놀랐다. 새 카드에 이미 글씨가 적혀 있었기 때문. 카드에는 영어 대문자로 “우리는 중국 상하이 칭푸 교도소에 있는 외국인 수감자들이다.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 인권단체에 알려 우리를 도와 달라”고 적혀 있었다. “피터 험프리 씨에게 연락하라”는 아리송한 요청도 있었다.

플로렌스의 아버지 벤 위디컴 씨는 인터넷에서 ‘피터 험프리’를 검색했고, 그가 개인정보 불법 취득 혐의로 2년 수감 중 마지막 9개월을 칭푸 교도소에서 보냈던 기자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위디컴 씨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지만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을 깨닫고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전했다.

편지를 전해 받은 험프리 씨는 칭푸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들을 수소문해 일부 외국인 수감자가 강제 노동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석방된 한 영국인은 “적어도 2년은 테스코에 납품될 성탄 카드를 포장했다”고 증언했다. 험프리 씨는 지난해에도 거짓 자백을 강요하는 중국 공안과 매일 15시간 이상 강제로 노역을 시키는 칭푸 교도소의 실상을 폭로했다.

테스코는 이날 즉시 “우리는 교도소 강제 노동을 혐오한다. 해당 카드를 생산하는 공장의 가동을 멈추고 조사를 시작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편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한 질문에 “조작된 촌극”이라며 “해당 교도소에서는 외국인 수용자의 강제 노동이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영국#중국 감옥#강제 노동#칭푸교도소#성탄절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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