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지역 ‘형제국’들 간의 관계 단절 상황 해결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9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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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간 진행돼 온 걸프지역 ‘형제국’들 간의 관계 단절 상황이 해결될 수 있을까.

10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걸프협력회의(GCC·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이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2017년 6월 발생한 ‘카타르 단교사태’가 해결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별다른 개선 기미가 안보이던 카타르와 단교 주도국들 사이에서 최근 사태 해결을 암시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 단교사태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이른바 단교 주도국이 카타르의 △이란과의 우호적인 관계 △무슬림형제단(이슬람 근본주의 정치단체) 지원 및 보호 △알자지라방송 운영 △터키와의 군사협력 등을 문제 삼으며 국경, 영공, 영해 등을 봉쇄한 조치다. 단교 주도국들은 카타르와의 외교관계와 무역도 동시에 중단됐다.

● 3년 만에 모든 정상이 참석하는 GCC 정상회의 되나

일단 이번 GCC 정상회의는 2017년과 2018년 달리 GCC 회원국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단교사태가 발생하고 6개월 뒤인 2017년 12월 쿠웨이트에서 열린 GCC 정상회의 땐 주최국이며 단교사태의 중재국 역할을 자임한 쿠웨이트와 카타르 국왕만 참석했다. 정상회의가 열리기 2달 전에는 카타르가 자국 인사를 앉히기 위해 공을 들여온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사무총장 선거에서 단교 주도국들이 조직적으로 반대해 결국 탈락하는 갈등 사태도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리야드에서 열린 GCC 정상회의에선 카타르 국왕만 불참했다. 또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 카타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했다. 중동 주요 산유국 중 유일하게 OPEC을 탈퇴한 카타르는 “석유 생산량이 OPEC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하고, 산업 구조가 천연가스 중심이라 OPEC 가입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시 중동 외교가에선 단교 주도국인 사우디와 UAE OPEC을 주도하는 데 불만이 많은 카타르가 이들에게 부담을 앉기기 위해 탈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 GCC 정상회의는 최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을 정상회의에 정식으로 초청했고 양측 어디에서도 균열음이 나지 않고 있다. 그런 만큼, GCC 최고지도자들이 모두 모여 카타르 단교사태 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것이다. 카타르 정부 소식통은 “정확한 건 정상회의가 열려봐야 알겠지만 일단 긍정적인 사인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카타르, 단교 주도국이 요구한 ‘무슬림형제단과 관계 정리’ 수용 시사

2017년, 2018년과 달리 최근 상황은 GCC 정상회의 직전 카타르와 단교 주도국간 화해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는 상황들이 여러 군데서 나타나고 있다.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아라비안 걸프컵 축구대회’에는 단교 주도국들이 모두 대표팀을 보냈다. 단교사태가 터진 뒤 카타르에서 열리는 국제 이벤트에 단교 주도국들이 이처럼 모두 참여한 건 처음이다.

카타르와 단교 주도국 중 대표 격인 사우디와의 대화 채널도 가동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올해 10월에는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사니 외무장관이 비공개로 사우디를 방문해 이 나라 고위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알사니 장관은 당시 방문에서 단교 주도국들이 테러단체로 여기고 있는 무슬림형제단과의 관계를 정리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왕정에 부정적인 무슬림형제단은 사우디, UAE, 바레인 등 역사가 길고, 부를 많이 축적한 왕정을 집중적으로 비난해 이 나라들에선 최대 안보 위협 세력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카타르는 그동안 무슬림형제단에 자금 지원을 하고, 관련 인사들의 망명을 받아주는 등 오히려 후원자 역할을 했다.

알사니 장관은 이달 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안보 관련 행사에서도 “(카타르와 사우디 간 관계가) 교착 상태에서 조금씩 진전하는 쪽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카타르와 사우디 간 대화가 약간 이뤄졌다”고 말했다. 두 나라간 단교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가 진행 중임을 인정한 것이다.

● 단교사태 해결까진 넘어야 할 과제 여전히 많아

단교사태가 해결을 위한 조치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화해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타르와 단교 주도국 사이에 좁힐 수 없는 입장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단교 주도국들은 이란에 적대적이다. 하지만 카타르는 세계 최대 해상 천연가스전을 공유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란과 우호적으로 지내야만 한다.

단교사태가 터진 뒤 카타르가 유치한 터키 군대에 대해서도 사우디 등은 불편함을 감추지 않지만, 카타르로선 ‘특수 보험’으로 여겨 쉽게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알자지라방송 폐쇄도 카타르는 ‘내정간섭’이라며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해왔다. WSJ에 따르면 UAE 아부다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는 여전히 카타르와의 관계회복에 부정적이다.

겉으로는 단교사태가 해결되더라도 카타르와 단교 주도국 정부와 국민 사이의 앙금이 사라지고, 실질적인 신뢰 회복으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카타르 단교사태를 바라보며 가장 흐뭇할 국가는 다름아닌 사우디의 ‘주적’ 이란이란 분석도 많다. 1981년 사우디가 주도해 탄생한 왕정 산유국 협력 모임인 GCC는 지역 라이벌인 이란을 견제하는 게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였다. 당시 이란은 호메이니가 주도한 혁명으로 부패하고 무능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려 왕정 국가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지속적으로 GCC 국가들의 정세 불안을 야기하려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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