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화설 볼턴 전격 트윗 경질…“다음주 새 보좌관 지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1일 0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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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란·아프간 등 미 외교안보 핵심 정책서 사사건건 대통령과 엇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볼턴 보좌관에게 지난 밤 더 이상 백악관에서 그가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 나는 그의 제안에 강하게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혀 볼턴 보좌관과의 갈등을 사실상 인정했다.

●또 트위터로 핵심 인사 경질

2018년 4월부터 약 1년 5개월 간 재임한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 매파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그의 사직서를 제출받았다고 알렸다. 그는 “존의 노고에 매우 감사한다. 다음주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트윗은 이날 백악관이 다음주 화요일에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볼튼 보좌관이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는 안내를 한 직후에 올라왔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 이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주요 대외 정책에서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보여 해고됐다고 분석했다. 볼턴 보좌관은 당초 지난달 16일 뉴저지주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클럽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관련 회의 참석자 명단에서 빠졌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 외교안보 핵심 인사가 모조리 참석했지만 그만 빠졌다. 이에 볼턴 보좌관이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에게 항의한 후에야 간신히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평소 탈레반 반군이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을 반대해왔다.

이란, 시리아 문제에서도 그와 대통령은 상당한 견해차를 보여 왔다. 볼턴 보좌관은 수차례 이란의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는 않는다”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6월 말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당시에도 대통령을 수행하지 않고 몽골을 찾았다. CNN은 “볼턴 보좌관이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거론했다 북한 측을 화나게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진화했다”는 후일담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예의 ‘트윗 경질’을 택했다. 그는 볼턴 보좌관 외에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자신과 의견이 다른 행정부 고위 관계자 경질 사실을 트위터로 공개해왔다.

●‘네오콘 거두’ 볼턴은 누구


볼턴은 1948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예일대 학사 및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37세인 1985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법무차관에 발탁돼 공직에 입문했다. 아버지 조지 H.W. 부시 정권을 거쳐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국무차관,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보수파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부소장 등을 역임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그는 딕 체니 부통령, 폴 울포위츠 국방차관 등과 함께 네오콘, 즉 신(新) 보수파(neo-conservative)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대부분 유대계,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인 이들은 군사, 외교, 학계, 언론 등 전 분야에서 긴밀한 유대를 맺으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밀어부쳤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고, 북한·이라크·이란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한 것도 네오콘 ‘작품’이란 평가가 나온다.

볼턴은 이 네오콘 중에서도 가장 강경파로 유명하다. ‘악의 축’ 국가에 대한 선제공격 및 유엔 축출, 대만 독립지지 등이 그가 주창한 정책이다. “힘이 곧 정의이며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세계 유일 패권국이 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바탕으로 한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야인(野人)으로 지낸 그는 당시 쓴 자서전 ‘항복은 선택이 아니다(Surrender is Not an Option)’를 통해 “북한과 이란 등은 절대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미국을 공격하기 전 우리가 먼저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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