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철회’에도 시위대는 부정적…“너무 부족하고 늦었다”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4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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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4일 홍콩의 반(反)정부 시위의 도화선 역할을 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위대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날 녹화 연설을 통해 “홍콩 정부는 국민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법회의(홍콩 의회)가 재개되면 규정에 따라 송환법 철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람 장관은 이어 “이번 달부터 직접 대화를 하기 위해 지역사회에 손을 내밀 것”이라며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초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불만을 들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의 불만을 해소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환법 철회는 13주 넘게 반정부 시위를 하고 있는 시위대의 5가지 핵심 요구 사항 중 하나로 시위대는 송환법 철회 외에도 Δ경찰 폭력에 대한 독자적 조사위원회 설치 Δ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Δ체포된 시위대의 석방 및 불기소 Δ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람 장관은 다른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찰 폭력에 대한 조사에 대해서는 독자적 위원회 설치가 아니라 홍콩 경찰 감시기구인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에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위대의 석방 및 불기소에 대해서는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며 거부했다.

아울러 행정장관 직선제 등 보편적인 참정권 요구에 대해서는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실용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말해 수용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람 장관은 또한 “지속되고 있는 폭력이 법치주의 등 우리 사회의 기반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 내 (중국) 중앙정부 청사를 공격해 국기와 국호를 훼손하는 것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홍콩을 매우 취약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폭력을 종식시키고 법치를 수호하며 사회의 질서와 안전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모든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법을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람 장관은 연설 이후 모든 공무원에게 서한을 통해 시위 속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앞으로도 홍콩의 전반적인 이익을 위해 자신의 임무에 충실해 줄 것을 요청했다.

람 장관의 송환법 철회 결정에도 시위대에서는 ‘너무 늦었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홍콩 시위 주도자 중 한 명인 조슈아 웡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 부족하고 너무 늦었다”(too little too late)라고 지적했다.

정치학자인 조셉 찬 초와이는 “해고된 공무원도 없으며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한 경찰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도 없다”며 시위대를 진정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펄이라는 이름의 69세 노인도 “시위 이유는 더 이상 송환법에 대한 불만 때문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 민주당의 우치와이(胡志偉) 주석은 람 장관의 결정을 ‘가짜 양보’(fake concession)이라고 지적하며 “시위대가 (송환법 철회 후에도) 계속해서 시위를 이어갈 경우 이번 양보를 핑계 삼아 ‘비상 규정 조례’와 같은 과감한 조치로 시위대를 진압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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