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나 돼지 등 동물의 자궁을 빌려 인간의 장기를 만드는 길이 열리게 됐다. 유전자를 조작한 쥐의 수정란에 인간의 역분화줄기(iPS) 세포를 넣어 동물성 집합배아를 만든 뒤, 이를 쥐의 자궁에 이식해 분만하는 실험이 일본에서 추진된다.
지금까지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애매한 생명체가 태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엄격히 금지돼왔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 전문위원회는 지난 24일 인간의 iPS 세포를 쥐 배아에 넣어 췌장 세포를 만드는 도쿄대 실험을 승인했다.
나카우치 히로미쓰 도쿄대 의과학 연구소 특임교수가 이끄는 이번 연구는 일본이 인간의 iPS 세포를 동물에 이식하는 규정을 바꾼 이후 정부 승인을 받은 첫 번째 사례다.
모체의 자궁 안에서 태아가 어느 정도 자라면 태아의 뇌를 조사해 인간 세포의 비율이 30%를 넘을 경우 실험을 중단한다. 이를 암컷 돼지 자궁에 착상시켜 돼지 배아 내부에서 iPS 세포가 인간 세포의 초기 형태로 자란 것을 확인한 뒤 분만까지 할 방침이다. 실험의 최종 목표는 췌장을 만드는 데 있지만 간이나 신장도 일단 시도하기로 했다.
나카우치 교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0년 가까이 걸렸지만 이제 실험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면서 “곧바로 인간의 장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쏟아 연구를 진행시켜 나가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설치류 모델을 이용한 개념증명 연구를 보여줬지만 인간과 돼지의 유전적 거리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됐다. 우리가 1~2년 안에 인간의 장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나카우치 교수는 지난 10년간 미국 스탠퍼드대 유전학 연구실에서 인간의 iPS 세포를 진달래 수정란에 넣어 대리모인 양 등에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번 실험이 허가를 받으면서 이식용 장기를 동물의 체내에서 만드는 기술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누데시마 지로 생명윤리정책연구회 공동대표는 아사히신문에 “인간의 iPS 세포를 수정란에 넣으면 사람의 세포가 쥐의 뇌나 생식세포에 섞이는 등 ‘키메라’(2종 이상의 상이한 유전자 세포로 만들어지는 1개의 생물 개체)가 탄생할 위험성이 있다”면서 “이번 실험은 윤리와 안전 두 가지 측면에서 의문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혼합배아를 14일 이상 배양하거나 동물 자궁에 이식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일본 정부가 “사람과 동물의 경계가 애매한 생물이 태어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조건으로 관련 지침을 개정해 동물에서 인간 장기를 기르는 연구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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