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만난 시진핑 “中-러시아 관계, 어떤 변화에도 영향받지 않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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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 연임후 첫 러 국빈방문
양국 정상 6년여간 28차례 만나… “美 제재에 공동대응” 의견 모아
中, 對美 보복 파상공세 나서
포드에 反독점 위반 277억원 벌금, 희토류 수출금지 거듭 언급

점점 더 가까워지는 두 나라 5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앞줄 왼쪽)과 입장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 무역 갈등, 북핵 등 주요 사안에서 미국에 맞서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점점 더 가까워지는 두 나라 5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앞줄 왼쪽)과 입장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 무역 갈등, 북핵 등 주요 사안에서 미국에 맞서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미국과 첨예한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세계 및 지역 주요 이슈에서 미국의 압박에 맞서 공동 대응하는 행보를 본격화했다. 중국 정부는 또 이날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의 중국 합작법인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약 277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제재를 강화하는 데 대한 일종의 ‘맞불’ 성격이어서 두 나라의 패권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시진핑 “중-러 관계 신시대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림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중-러 관계를 신(新)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전했다. 양국 매체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 전 “중-러 관계 발전에는 한계가 없다”며 “양국 관계를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더 크게 발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는 국제 정세의 어떤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양국이 상대의 핵심 이익과 각자 관심을 갖는 중대 문제에서 서로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며 진한 우정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미중 무역전쟁, 이란 핵합의 무산 위기, 베네수엘라 사태, 시리아 내전, 북극항로 건설 등 미국이 중-러와 갈등하거나 중-러를 견제하는 주요 문제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국제 및 지역 정세와 안보 안정을 위해 중-러 양국이 공조한다는 내용이 담긴 ‘신시대 전략적 안정성 강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이에 대응하는 중-러 밀착이 더욱 선명해질 것을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중-러 수교 70주년 경축행사 등에 참석한 뒤 6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해 국제경제포럼에서 연설한다. 중국 외교부는 두 정상은 시 주석의 2013년 국가주석 취임 이후 6년여간 28차례 만났고 이번이 시 주석의 8번째 러시아 방문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이 지난해 국가주석을 연임한 뒤 첫 러시아 국빈 방문이다. 미국의 압박에 직면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밀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러시아 방문 직전 타스통신 등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내가 교류하는 가장 가까운 외국 동료이고, 내 마음을 아는 가장 좋은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 中정부 “희토류 수출 통제해야”

이날 중국 반(反)독점 조사기관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포드의 중국 합작법인 창안(長安)포드에 1억6280만 위안(약 277억2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 중국 내 한국 기업에 행정 규제권을 동원한 것처럼 미국 기업에 보복성 제재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 대상 블랙리스트에 오른 세계 통신장비 1위 기업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론과의 담합을 의심받는 한국 기업에까지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업들을 조사하고 있고 최대 80억 달러(약 9조4200억 원) 벌금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에 대한 보복이 이뤄지면 한국 기업에도 피해가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이 외에도 희토류의 미국 수출 제한을 거듭 시사하고, 미 여행 및 유학 자제령을 잇달아 발표하며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4, 5일 희토류 전문가 및 기업가 좌담회에서 “국가가 희토류 수출 관리 통제를 강화하고 희토류 관련 우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걸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는 건의가 나왔다”고 밝혔다. 미국은 첨단기술 제품에 꼭 필요한 희토류를 중국에서 80% 수입하고 있다. 런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5일 사설에서 “미국 여행과 유학을 직접 금지해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미국과 도박할 수는 없다. 대외 개방은 중국의 변하지 않는 국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또 이날 인공위성 로켓의 해상 발사에 처음 성공하고 ‘항공모함 킬러’인 신형 대함 미사일 ‘둥펑(東風)-21D’ 10발의 모습을 공개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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