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 2017년 해외 순방 이후 그가 저지른 외교적 결례 등과 그가 내세운 미국 제일주의 정책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그 때문인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역대 다른 미 대통령들에 비해 많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미 대통령이 참석해 왔던 국제행사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리참석하는 일도 많았다.
여기에는 백악관이나 자신 소유의 별장이 아닌 곳에서는 잘 머물지 않으려는 트럼프의 개인적 취향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해외 여행을 꺼렸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일본 방문을 위해 24일 워싱턴을 떠난다. 8월 말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까지 그는 약 3개월 간 지구 전체 둘레의 1.5배에 달하는 5만7600㎞의 집중적인 해외순방을 벌일 예정이다.
트럼프가 이처럼 말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식의 해외 순방에 나서는 것은 세계 정상회담 일정이 몰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선을 노리는 2020년 미 대선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 제일주의’라는 일견 고립주의적 정책을 편다는 평을 들어온 트럼프로서는 이번 순방을 통해 베네수엘라와 북한, 이란 등 자신이 처한 외교적 도전 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드러내보일 수 있을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역사학 교수 줄리언 젤리저는 “국내 정치가 만만치 않을 때 해외순방에서 외교 문제에 매달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외교 문제에 매달리는 것이 보다 대통령다운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단 것이다.
트럼프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일본을 방문,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과 외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만난다. 그는 또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며 일본의 스모 경기장도 방문할 예정이다.
또 6월3일부터 5일까지는 영국을 국빈방문해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과 만난다. 영국 방문 뒤에는 프랑스를 찾아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트럼프는 아일랜드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가 아일랜드 내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에서 만나자는 요구에 난색을 표명해 회담 성사가 불투명하다.
6월 말에는 또다시 일본 방문이 예정돼 있다. 오사카(大阪)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G20 정상회담 뒤에는 한국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핵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달 여 뒤인 8월 말 이번엔 G7 정상회담을 위해 다시 프랑스를 방문한다.
한편 일본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6월 말 미국에선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기를 희망하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자들 간 TV 토론이 예정돼 있다. 케일리 매커내니 트럼프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자들이 서로 치고받는 동안 대통령은 세계 지도자들과 만나 미국 경제의 업적을 내세우고 미국 제일주의 외교정책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외순방이 반드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변화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미국 이란 간 긴장 고조 및 중국과의 무역전쟁 고조 등 해결해야 할 외교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히려 부담을 더해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 관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시와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공약 이행 의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대통령의 행동들도 해외순방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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