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무슨 짓이든 한다면 엄청나게 고통 받을 것”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4일 16시 40분


코멘트
도널트 드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이란을 향해 “무슨 짓이든 한다면 엄청나게 고통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선박 2척을 포함한 총 4척의 배가 공격당한 전날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하지만 유럽 각국은 대이란 제재 동참을 요청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란 관련 질문을 받고 “이란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겠다. 그들이 어떤 일이라도 벌인다면 그것은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에 우려를 나타냈다. AP통신은 “미군은 ‘이란 혹은 이란 지원을 받는 대리 군사세력이 폭발물을 사용해 배에 구멍을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8일 핵개발 재개를 선언한 이란은 “미국이 경제 제재를 풀지 않으면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12일 선박 공격 직후에 나온 이란 배후설을 부인하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3일 유럽연합(EU)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장관에게 이란 문제에 대한 협력과 지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유럽 외교장관들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식에 상당한 이견을 노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는 미국의 움직임이 프랑스와 맞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도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높아져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위험을 우려한다”며 양측 모두의 자제를 요청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3개국 외교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만나지 않고 1대1 방식의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겉으로는 일정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지만 유럽 주요국이 ‘미국과 공동 전선을 형성한다’는 이미지를 연출하지 않기 위해 사실상 공동 면담을 거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3개국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으로 하여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럽 주요국은 미국이 2017년 일방적으로 이란과의 핵 협정을 파기한 만큼 현 사태를 무조건 이란의 잘못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란산 원유 및 광물 수입금지 등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 강화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페데리코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중동 긴장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대화”라고 강조했다.

이란과의 긴장이 고조된 이달 들어 폼페이오 장관이 주요 일정을 대거 변경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을 취소하고 이란과 국경을 맞댄 이라크를 전격 방문했다. 그는 이라크 총리 및 대통령을 만나 이란 대응책을 논의했다. 13일에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의 회동을 취소하고 벨기에 브뤼셀을 찾았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