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첫 정상회담 임박…美 ‘최대 압박’ 기류 흔들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6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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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북러 간 양자협력은 물론 북중러 3각 연대가 강화되면 미국의 ‘최대 압박’ 기류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5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선택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며 “동시에 미국에는 북한이 고립된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관련국들의 입장 차이를 이용해 제재 이행의 빈틈을 벌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러시아 간 움직임이 향후 북-미 협상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러시아를 끌어들이면 변수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협상이 더 복잡해진다”며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어놓고 북한에 메시지를 발신하는 미국으로선 상황 관리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 움직임은 지난달에도 거론됐다. 다만 당시 “연말까지 미국의 용단을 기다리겠다”며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적인 메시지가 나오기 전이었다. 북한은 러시아에 앞서 중국과 4차례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중국이 현재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고전하고 있어 북한 비핵화 문제는 중국의 후순위로 밀려 있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과 밀착함으로써 러시아가 비핵화 주요 당사국임을 미국에 인식시키고, 북한과의 경협 추진과 대북제재 완화 요구 등을 앞세워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하노이 회담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북한이 러시아를 활용하는 ‘헤징(hedging) 전략’을 쓰고 있다”며 “이는 북-미 협상을 촉진시키려는 한국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북러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다”는 크렘린궁의 앞선 발표를 확인했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 참석에 앞서 24일 전후 블라디보스톡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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