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외무장관 “어산지 보호했던 7년 동안 74억 들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4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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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0억 원’

에콰도르 정부가 폭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7)를 보호하는 데 소요된 비용이다. 13일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호세 발렌시아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이날 어산지를 7년간 보호하는 데 약 500만 파운드(약 74억 원)가 들었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망명을 신청하며 2012년 8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들어간 후 11일 영국 경찰에 의해 체포될 때까지 7년간 대사관에 숨어 지냈다.

발렌시아 장관은 450만 파운드(약 67억 원)의 비용의 대부분 보안에 쓰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 30만5000 파운드(약 4억5000만 원)가 의료비, 식비, 세탁비 등에 쓰였다고 덧붙였다. 2012년에는 법률자문 비용으로 23만 파운드(약 3억4000만 원)가 쓰였다. 영국 정부도 대사관 외부 순찰 비용 등으로 300만 파운드(약 44억5000만 원) 이상을 사용했다고 더선은 전했다. 다만 에콰도르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는 어산지가 자신의 생활비를 지불했다고 밝혔다.

비용 공개에 앞서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가 대사관에 벽에 대변을 칠하는 등 망명자로서 최소한의 규범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마리아 폴라 로모 에콰도르 내무장관은 어산지의 체포 직후 “어산지는 대사관 벽에 대변을 바르는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들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한편 어산지(47)가 11일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체포된 데 이어 어산지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 에콰도르 수사당국에 의해 출국 직전 체포됐다. 12일 BBC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 정부는 스웨덴 출신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올라 비니(36)를 공항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비니는 수도 키토의 공항에서 일본행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로모 에콰도르 내무장관은 “위키리스크와 밀접한 한 남성을 조사를 위해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비니는 체포 당시 하드디스크 등 최소 30대의 전자 저장 장치를 갖고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검찰은 비니가 체포 당시 갖고 있던 장치들을 조사 중이며 그를 해킹 관련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비니는 에콰도르에서 수년간 거주하면서 개인정보, 보안 문제들을 다루는 단체에서 일했다. 그런 그가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최소 12차례 이상 방문해 어산지를 만났다고 외신은 전했다.

에콰도르 당국은 비니가 어산지의 측근이며 위키리스크의 핵심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2012년부터 어산지를 7년간 보호해온 에콰도르 정부는 위키리스크가 지난 3월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의 사적인 사진들과 개인 이메일을 폭로했다고 주장해왔다. 2017년 취임 이후 어산지의 망명에 불만을 드러냈던 모레노 대통령은 “내 침실 사진과 내가 먹는 모습, 아내와 딸들이 춤추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떠돌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으로 에콰도르 정부가 어산지를 추방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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