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심장’ 맨해튼 부동산에도 ‘불황 그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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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경기둔화 경고음 잇달아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 시장에도 글로벌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실물경기 침체 우려가 퍼지며 금융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교역 감소와 부동산 침체 신호까지 겹치면서 ‘경제 폭풍(Economic Storm)’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 글로벌 투자시장 상징 맨해튼 부동산도 침체


맨해튼 부동산 시장에는 10년 만에 거래 한파가 불어닥쳤다. 2일(현지 시간) 부동산 중개업체 ‘더글러스 엘리먼’과 감정평가법인 ‘밀러 새뮤얼’은 1분기(1∼3월) 맨해튼의 부동산 거래가 지난해 1분기보다 2.7% 줄었다고 발표했다.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로 6개 분기 연속 줄었고, 1분기 기준으로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인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부동산 증세 정책의 여파로 고가 주택의 세 부담이 늘어난 것을 거래 감소의 1차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미국을 넘어 세계 부동산 시장을 상징하는 맨해튼 지역의 침체는 세계 경제의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중국계 투자자들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기관투자가들이 불황을 우려해 자금 회수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세계경제 둔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2년 전 세계 경제의 75%가 성장을 경험했지만 올해는 세계 경제의 약 70%가 둔화를 겪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계속되는 무역 전쟁,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이슈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의 마크 잰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이 3개월 이내에 무역 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발표될 IMF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IMF는 이미 올 1월 올해 성장 전망치를 3.7%에서 3.5%로, 내년 전망치는 3.7%에서 3.6%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이 전망치가 3%대 초반으로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3일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신흥국이 몰려 있는 아시아 지역의 성장률 전망치를 5.7%로 지난해 12월보다 0.1%포인트 내렸다.


경기 둔화 전망에는 세계무역기구(WTO)도 가세했다. WTO는 2일(현지 시간) 발표된 무역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무역량 증가율을 2.6%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3.0%보다 0.4%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WTO는 미국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및 브렉시트의 진행 여부 등에 따라 각국의 교역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엇갈린 경기지표에 시장 혼란 여전


물론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최근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5.3으로 2월보다 상승했다. 중국의 차이신 제조업 PMI도 4개월 만에 확장을 뜻하는 기준선인 50을 넘었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반등하며 최근 시장을 공포에 빠뜨렸던 장·단기 국채 금리(수익률) 역전 현상이 해소됐다.

하지만 뒤이어 경기 악화를 예고하는 지표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항공기를 포함한 미국산 내구재 수주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미국 경제 둔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며 주가는 내리고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세가 단번에 꺾였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금리 인하 등으로 경기 하강에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건혁 gun@donga.com·구가인 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부동산 불황#경기둔화#국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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