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스캔들’ 뚫고 5선 노리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0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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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9일 이스라엘 총선 한달여 앞으로
베니 간츠 전 군 참모총장 ‘정치권 새 얼굴’로 돌풍
현지 언론 및 외신, 섣부른 예측 자제 ‘안갯속’

뉴시스
‘중동의 스트롱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70)가 ‘부패 스캔들’을 뚫고 역대 최장수 이스라엘 총리가 될 수 있을까.

4월 9일 치러질 이스라엘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달 이스라엘 검찰이 2년여 간의 수사 끝에 “부패혐의로 네타냐후 총리를 기소하겠다”고 밝힌 탓에 5선에 도전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리더십은 현재 약화될 대로 약화된 상황. 야권인 중도 좌파 진영은 ‘10년 만의 정권 교체’를 노리며 반(反) 네타냐후 연합 전선을 꾸리고 있다.

현지 언론 및 외신들도 섣부른 예측을 자제할 정도로 총선의 결과는 아직 ‘안갯속’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을 위협하는 후보는 최근 ‘이스라엘회복당((Israel Resilience Party·IRP)’을 창당한 베니 간츠 전 군 참모총장(60)과 중도주의 정당 ‘예시 아티드 (Yesh Atid)’ 대표 야이르 라피드(55). 두 사람은 “국가적 책임감을 느껴 이스라엘의 새로운 집권당을 만들기로 결정했다”며 지난달 연대에 합의했다. 이들은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총리직을 임기의 절반씩 돌아가며 수행하기로 했다.

간츠 전 참모총장은 ‘새로운 얼굴’이다. 군에서만 38년을 복무한 그는 선거를 치른 경력은 한 번도 없고, 정치적 이슈에 명확한 입장을 드러낸 경우도 거의 없었다. 총선 출마를 밝힌 뒤 지금까지 한 번의 언론 인터뷰만 했을 뿐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정치적 선동가, 극단주의자들의 정부가 아닌 이스라엘 국민들을 위한 정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츠 전 참모총장이 그려갈 ‘이스라엘의 미래’를 예측할만한 단서들이 부족한데도 이스라엘 유권자들 사이에서 그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군인의 무게, 정치권 밖의 변화’ 등이 꼽힌다. 이스라엘 정치컨설팅 업체 한 관계자는 “간츠는 ‘빈 칸’과도 같다. 유권자들은 그에게 그들이 원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9일 “간츠 전 참모총장의 정치적 자산은 10년 넘게 정권을 잡고, 지금은 부패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간츠 전 참모총장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TV앵커 출신으로 네타냐후 정부의 재무부 장관을 지냈지만 현재는 야당 대표로 변신한 인물이다. 그는 “네타냐후는 무책임한 지도자이며 나라를 앞장서 분열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간트 전 참모총장과 라피드 대표가 연합에 합의한 뒤 일부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의 집권당인 리쿠드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연대에 대한 기대와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정권 연장을 꿈꾸는 네타냐후 총리는 ‘노련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간츠 전 참모총장을 ‘정치적 경험이 없는 초년병’ 등으로 묘사하며 “나라의 안보만 걱정하던 군 참모총장과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의 고민은 차원이 다른 일”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누가 더 나은 총리가 될 것인가” 등의 질문에서 간츠 전 참모총장과 비슷한 지지율을 얻고 있는데 반해 경제, 외교 등 특정 부문에서 더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이스라엘 총선에서 표심을 가를 분수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도덕성 이슈가 될 전망이다. 앞서 이스라엘 검찰은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등의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 그는 사업가 등으로부터 고가의 선물을 받고,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특정 언론사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대해 “정치적 마녀사냥에 불과하다. 곧 나의 무죄를 입증해 보이겠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실제 기소 여부는 청문 절차 이후 결정되며 이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재선에 성공한 뒤 기소가 되더라도 총리직을 사임할 의무는 없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다해도 계속되는 부패 수사 관련 청문회로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 큰 타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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