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 이달 중 안 만나”…미중 정상회담 불발된 배경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8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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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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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북미 정상회담과 비슷한 시기에 열릴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미중 정상회담이 결국 불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달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추후에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4일까지만 해도 “시 주석과 이달 말 만날 것”이라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6일 3월 1일 협상 시한 전 정상회담은 없다고 말을 바꾼 것은 무역 문제에 대한 미중 간 입장 차이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시한 전까지 미중 모두 만족할 합의가 이뤄질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의 구조개혁 문제에 대한 미중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을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인 베트남과 가까운 중국 하이난(海南) 성으로 불러들여 1대1로 무역 합의를 설득하려 미중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했다. 지난달 말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시 주석의 이런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선의의 신호”라며 이를 받아들이려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했으나 참모들이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간 커다른 입장 차 때문에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북-미 정상회담의 북핵 이슈와 무역 문제가 겹치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7일 “(현 상황은) 미중 합의까지는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다음주 초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다음주 초 베이징(北京)에서 중국과 고위급 무역 협상을 벌이지만 이들은 통상 이 단계에서 미중 양측이 교환했어야 할 나왔어야 할 ‘합의 초안’조차 없다. 류허 부총리의 워싱턴 방문 당시 중국 협상 대표단은 미국에 새로운 양보안을 거의 내놓지 않은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등 “향후 수년간 시장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음주 미중 고위급 협상 진전 정도에 따라 협상 시한 이후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베이징 협상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정상회담을 받아들일지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3월 1일 협상 시한 때 미중 무역 불균형 해소 및 시장 개방을 중심으로 합의를 이루고 미국이 요구한 중국 구조개혁 문제는 협상을 계속한다고 합의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승부수였던 시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무역 합의 실패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중국 당국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3월 5일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발표될 경제성장률과 경제정책을 미중 협상 결과에 따라 조정할 계획이다. 중국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경제연구소 쑨쉐공(孫學工) 소장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6~6.5% 구간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전국인대에서 발표될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6.5%에서 낮아진 6% 초반대가 될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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