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공무원 추운 세밑…트럼프, 210만 여명 ‘급여 동결’ 명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0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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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0만 여 명의 연방 공무원(군인 제외)의 새해 급여 동결을 명령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2019년 임금 인상마저 무산되면서 미 연방 공무원들은 어느 때보다 추운 세밑을 맞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2019년 연방 공무원들의 임금을 동결시키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트럼프 행정명령은 생활비가 비싼 대도시 등 근무지에 따라 급여를 더 얹어주는 25.7%의 ‘지역급여 인상’도 취소했다.

미 상원은 2019년 미 연방공무원 급여를 1.9% 올리는 인상안을 통과시켰지만 하원에서는 인상안이 합의되지 않았다. 이 경우 규정에 따라 2.1% 자동 인상이 적용되지만 막판 트럼프 대통령의 벽에 부닥쳤다.

이번 결정에 따라 210만 여 명의 연방공무원들의 내년 임금이 동결된다. 하지만 군인들의 임금은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지출법안에 따라 2019년 2.6% 인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연방공무원 급여를 1.4%, 군인은 2.4% 인상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폴 라이언 하원 의장 등 의회 지도부에 “2019년 연방공무원 급여를 동결한다”는 서한을 보내면서 재정적자 보전과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는 서한에서 “우리의 재정 형편에 비춰볼 때 연방공무원 급여는 성과에 따라야 하며 공무원 채용, 인재 유지, 고성과 연방공무원과 핵심 기술을 보유한 사람에 대한 보상 등과 전략적으로 일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경제가 호황이지만 재정 적자를 고려하면 공무원 임금 인상 여력이 없으며 급여를 올려주더라도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임금과 수당 동결로 약 250억 달러(약 27조9250억 원)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 공무원들의 불만은 당연히 커지고 있다. 연방공무원 15만 명을 대표하는 전미재무공무원노조(NTEU) 토니 리어돈 회장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라며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약간의 급여 인상 자격조차 없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인사관리처(OPM)가 27일 급여를 받지 못하는 연방 공무원들이 집주인과 월세 등을 협상할 것으로 권고하며 샘플 서한을 트위터에 공개해 논란이 불거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OPM이 공개한 서한 양식에는 집주인과 집세 일시 인하를 논의하거나 페인트칠, 목공 등으로 집세 일부를 대체하는 식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리어돈 회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인간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것은 잘못됐다”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무원 임금 동결 의지에도 인상 가능성이 100% 사라진 건 아니다. 셧다운을 해소하기 위한 의회의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공무원 임금 인상이 포함되고 소급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경 장벽 예산 처리 등이 난항을 겪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내년 1월3일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연방 하원이 열리면 연방공무원 임금 인상안 처리 등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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