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서 베트남 관광버스 테러…관광산업 살리려던 노력 ‘물거품’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0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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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한국인 전세기 앞두고 ‘테러’로 불안해진 현지 르포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9일 이집트 대표 관광명소인 ‘기자 피라미드’ 주변은 거리마다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전날 베트남 관광객 등 4명이 숨진 폭탄 테러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피라미드 입·출구 마다 총을 든 경찰 및 군인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고, 수시로 벌어지는 차량 검문으로 주변 도로는 하루 종일 꽉 막혔다.

입장료를 내고 몸수색과 가방검사까지 마친 뒤에야 들어갈 수 있는 피라미드 일대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장신구, 기념품 등을 파는 상인들만 분주했다. 현지 관광 가이드 다리아 사다카는 퉁퉁 부은 눈을 가리키며 “어제 사망한 가이드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이번 폭발 사고는 기자 피라미드에서 불과 4㎞ 정도 떨어진 지역 도로변에서 발생했다. 폭발이 일어난 시간은 금요일 오후 6시 15분. 이집트는 한국과 달리 금요일과 토요일이 휴일이라 거리에 가장 많은 사람들과 차량이 몰리는 때다.

폭탄은 도로 벽에 숨겨져 있었다. 버스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났고, 차체도 심하게 휘고 부서질 정도로 폭발의 위력은 컸다.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베트남 관광객 란 리(41)는 “폭발이 일어난 뒤 사람들 비명 소리가 이어졌다”며 “그 이후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로 베트남 관광객 3명과 이집트 현지 가이드 1명이 숨지고, 10명이 크게 다쳤다.

이집트 정부는 29일 기자 및 시나이 북부 지역 등에서 동시에 테러 진압 작전을 벌여 테러리스트 40여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또 “테러리스트들이 국가기관과 관광지, 군부대 등을 겨냥한 여러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사살한 이들이 베트남 관광버스를 공격한 테러와 관련이 있는 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이집트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이집트 내 테러를 줄이기 위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탕 작전을 수시로 벌여왔다. 이집트 ‘관광 산업’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이집트 관광 산업은 2011년 무바라크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민주화 시위 ‘아랍의 봄’, 2015년 남부 휴양도시 샤름엘셰이크에서 IS 테러로 인해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한 사건 이후로 오랜 침체기를 보냈다.

실제 이집트 관광 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관광 수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가 증가한 48억 달러(약 5조3600억 원)을 벌었다. 지난해 이집트를 찾은 관광객만 약 820만 명으로 2016년(약 530만 명)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500만여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집트를 찾아 아랍의 봄 이후 처음으로 1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테러 사건으로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부상을 입은 베트남 관광객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을 찾은 무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는 “세상 어떤 나라도 100%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며 “개별 사건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날 수 있으며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날 폭탄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이집트 당국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통해 범인을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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