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 철군’ 후폭풍…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 뉴스1
  • 입력 2018년 12월 24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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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시리아 철수 시행명령에 서명
트럼프 결정에 터키는 ‘방긋’·쿠르드는 ‘배신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을 둘러싸고 미 정계와 동맹국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핵심 당사자인 터키와 쿠르드족은 서로 상반되는 표정을 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철군 발표에 앞서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양국간 우호 관계를 과시한 데 반해, 미군의 지원을 받아 최전선에서 이슬람국가(IS) 잔존 세력과 맞서온 쿠르드족 민병대는 터키와 IS 양쪽과 맞서게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우리는 IS를 격퇴했고 영토를 되찾았다”며 ‘셀프 승전’을 선언하고 시리아에 주둔 중인 2600명의 미군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기습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을 놓고 IS가 완전히 몰락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지역의 혼란만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쿠르드족의 보호막이었던 미군이 철수하면 IS 세력이 다시 고개를 들 뿐만 아니라, 터키까지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 정계와 동맹국 사이에서는 “미군 철수는 시기상조이며 황폐해진 중동 지역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브렛 맥거크 IS 격퇴 특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에 반발해 사임하기도 했다.

더힐에 따르면 맥커크 특사는 사임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IS 위협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IS는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담당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이고 즉흥적으로 시리아 철군 결정을 내렸다는 논란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길고 생산적인 통화를 했다”며 “미군은 천천히, 그리고 고도로 조율된 철수 과정을 가질 것이라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시리아 철군 발표는 충동적인 결정이 아닌, 터키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내려진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어 시리아 주둔 미군 부대의 철수를 위한 시행 명령에 서명까지 하면서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미 언론은 시리아 철군이 수주 내로 시작될 것이고,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기까진 수주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리아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우호 관계를 확인한 터키는 반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터키 정부와 시리아 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공개하며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특히 터키 입장에서는 쿠르드민병대의 방패 역할을 했던 미군이 철수하면서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수도 있게 됐다.

반면 미군을 대리해 IS 잔존 세력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온 쿠르드족은 미국의 ‘배신’에 당혹해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전했다. 시리아민주군(SDF) 소속으로 쿠르드족 민병대를 이끌고 있는 마즐로움 아브디 사령관은 WP와 전화 인터뷰에서 “미군의 철수는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발표를 앞두고 미군 측으로부터 어떤 사실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쿠르드 민병대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지난 4년간 IS와 최전선에서 싸워온 부대다.

마즐로움 사령관이 우려하는 점은 무엇보다 IS 잔존 세력이 미군 철군을 계기로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에 따르면 IS는 이미 지난주 선전매체를 활용해 ‘새로운 칼리파(caliphate)를 재건하자’며 추종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발표를 계기로 IS 세력 활동이 이미 재개됐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우려는 IS가 더 세를 불릴 경우 쿠르드 민병대가 위험에 빠진다는 점이다. 현재 SDF는 IS 조직원 2200여명을 수감하고 있다. 마즐로움 사령관은 미국 등 서방국의 지원 없이는 대규모 탈출 사태마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시리아 동부에서는 현재까지 쿠르드 민병대와 IS 세력 간의 유혈충돌이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뒤에도 최전선에선 IS의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27명의 대원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시리아민주군은 IS 격퇴를 위해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아랍인, 아시리아인 등이 뭉친 연합 군조직이다. 서방국의 지원을 받아 IS의 주요 요충지였던 라카 등을 탈환했지만, 거듭된 전투로 4000명의 전사자와 1만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WP는 소개했다.

마즐로움 사령관은 미국의 철군 결정에 대해 “동맹을 전장에 버려두고 홀로 떠나는 것은 도덕적이지 않다”고 일갈했다. 다만 쿠르드 민병대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IS 소탕 작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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