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내전 예멘… 어린이 520만 굶주림 허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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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장악 물류 요충 호데이다港… 연합군 공습에 구호품 공급 차질
인구 절반이 하루 2달러 미만 생활… 자연재해-콜레라 겹쳐 최악 치달아
구호단체 “한 세대가 굶어죽을 판”


“누구라도 이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경우 100년 만의 최악의 기근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유엔)

“굶주리는 어린아이만 520만 명, 한 세대가 굶어죽을 판이다.”(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4년째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예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군과 후티 반군의 군사적 충돌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와중에 폭풍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와 콜레라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아흐메드 빈 다그르 총리가 ‘근무 태만’을 이유로 해임되는 등 정치적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고통 받는 것은 민간인이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예멘 전체 인구 중 절반이 하루 2달러(약 2200원) 미만으로 생활한다. 언제 다음 식사를 하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 64.5%, 국제 단체의 식료품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이 78.5%에 이른다. 리즈 그란데 유엔 인도지원조정관은 14일 BBC 인터뷰에서 “예멘 내전이 계속될 경우 3개월 내에 민간인 1200만∼1300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예멘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로 남서부 호데이다 항구의 평화를 꼽고 있다. 호데이다 항구는 예멘 민간인에게 전달되는 식량과 의약품, 연료 등의 80%가 통과하는 물류 요충지로 2014년부터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다. 예멘은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예멘 정부군과 사우디아라비아군, 아랍에미리트(UAE)군으로 구성된 연합군은 반군의 ‘무기 밀수 거점’인 호데이다 항구를 탈환하기 위해 공습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예멘 민간인들에게 전달될 식량 및 구호물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2일에도 사우디 연합군의 공습으로 호데이다 지역에서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17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부상했다. 미사일 공격을 받은 버스 2대에는 민간인들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연합군은 시장 병원 학교 등 민간인 시설에까지 무차별 공습을 벌여 국제사회에서 큰 비판을 받아 왔다. 8월 2일엔 호데이다 항구 주변 병원과 시장에 대규모 공습을 가해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같은 달 9일에는 예멘 수도 사나의 통학버스에 탑승한 초등학생들을 반군으로 오인해 폭격하기도 했다. 오인 폭격으로 6∼11세 40여 명이 숨졌다.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호데이다 항구 지역을 유엔이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정부군과 반군 간 협상은 번번이 결렬되고 있다. 2015년 3월 시작된 내전 이후 식료품 가격이 평균 68% 상승한 반면 리알화 가치는 180% 하락했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약 1만 명으로 이 중 어린이는 2200여 명에 달한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예멘#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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