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고위급 회담 美 “논의에 진전” 北 “태도 실로 유감”…입장차 뚜렷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7월 8일 09시 05분


미국과 북한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고위급 협상을 두고 뚜렷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7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평양을 떠나기 전 취재진에게 “나는 우리가 논의의 모든 부분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핵 및 미사일 시설의 폐기와 비핵화 시간표를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며 “이것들은 복잡한 이슈들이지만 우리가 논의한 핵심 이슈는 대부분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또한 “양측 모두 지난 논의에서 이탈하지 않았고, 모두 동등하게 헌신하고 있다”라며 “김 부위원장과 생산적이고 선의(good-faith)의 협상을 했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 측 입장은 미국 측 입장과 극명하게 배치된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는 미국 측이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맞게 신뢰조성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기대하면서 그에 상응한 그 무엇인가를 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첫 조미(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라며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 들고 나왔다”며 “정세악화와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문제인 조선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에 대하여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입장을 취하였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7일 오후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 2차 방북 때 모두 김 위원장을 만났다.

양측은 비핵화 논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와 전사자 유해 송환 문제를 위한 후속 협상에는 합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 파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 협상을 개최할 계획이며, 7월 12일쯤 판문점에서 전사자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향후 후속 논의에 대해서만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각각 친서를 교환한 것은 지속적인 협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김 위원장도 김 부위원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달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