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연결 다리-모노레일-케이블카 차단하면 섬 전체가 요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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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정상회담 D―5]회담 열리는 센토사섬 카펠라호텔

싱가포르 최대 관광지인 센토사섬 초입에 위치한 카펠라호텔. 6·12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확정되기 직전인 3일 기자는 카펠라호텔을 미리 둘러봤다.

싱가포르 본섬과 센토사섬을 잇는 유일한 도로인 길이 700m의 다리를 건너 센토사섬 4차로 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왼편에 2차로 도로가 보였다. 초입에 있는 호텔 표지석을 눈여겨보지 않으면 싱가포르에서도 손꼽히는 최고급 호텔로 가는 유일한 통로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했다. 그만큼 초입부터 남의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경사진 도로를 따라 100m 가량을 올라갔는데도 호텔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도로 양옆으로는 울창한 숲이었다. 100m 가까이 더 올라가자 경비 초소로 보이는 원통형 건물이 있었다. 다시 100m를 더 올라 언덕 끝에 다다르자 호텔 본관이 드러났다. 호텔 자체가 입구에서 300m 가까이 들어가야 나타나는 구조였다.

최고급 호텔이지만 겉이 화려하기보단 유럽 왕족들이 자기들만의 연회를 위해 지은 비밀 별장 같은 느낌이었다. 호텔에 들어가려면 최소 두 차례 경비원 검문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이 호텔은 1880년대에 영국군 막사를 개조해 만든 건물이다. 외부인 접근은 철저히 차단하면서도 안에서는 외부를 내려다보며 감시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호텔은 널찍했다. 대지만 12만 m²(약 3만6700평)에 달했다. 호텔 직원은 기자에게 “호텔이 넓어 걸어 다니기 힘들다. 카트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실제로 본관 앞에만 카트 수십 대가 세워져 있었다. 호텔은 2층짜리 본관과 4, 5층짜리 객실 건물이 이어진 기다란 8자 형태 건물로 객실은 110여 개다. 내부엔 연회장과 수영장, 골프장, 레스토랑, 라운지, 도서관, 정원 등이 갖춰져 있다. 가장 저렴한 객실은 6일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박에 64만 원(조식 포함), 가장 비싼 객실인 독채 형태 콜로니얼 하우스는 1040만 원이다. 회담은 보안을 감안해 콜로니얼 하우스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호텔에서 남중국해가 내려다보이고 걸어서 5분 거리에 두 정상이 밀담을 나누며 거닐 수 있는 팔라완 해변이 있는 점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데다 호텔 입구 도로만 차단하면 12만 m²에 달하는 호텔 전체를 요새화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센토사섬으로 이어지는 다리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센토사 익스프레스)만 차단하면 섬 전체를 ‘북-미 정상의 섬’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당초 회담 유력 후보지였던 샹그릴라호텔은 접근 경로가 호텔 동쪽 및 서쪽 통로, 호텔 앞 샹그릴라 아파트를 통해 들어오는 경로 등으로 다양하다. 샹그릴라 대화 등 각종 국제 행사를 유치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최종 후보에서 탈락한 것은 이런 경호상 빈틈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싱가포르 최대 번화가 오처드 거리 끄트머리 오렌지그로브 거리에 있어 외부인 접근을 통제하기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다. 현지 소식통은 “샹그릴라호텔은 다소 시끌벅적한 공개 이벤트에 어울리는 곳”이라며 “단기간 집중적인 회담을 통해 비핵화 담판을 끌어내야 하는 회담 특성상 두 정상이 대화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카펠라호텔이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로는 세인트레지스호텔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 호텔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숙소로 점쳐지는 샹그릴라호텔과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과의 첫 양안 정상회담 때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카펠라호텔#북미 정상회담#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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