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뒤 주한미군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2일(현지 시간) 이같이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1∼3일 개최)에서 본회의 연설 후 질의응답 시간에 “주한미군 문제는 대한민국이 원할 경우 한미가 논의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1일 김영철과의 논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거의 모든 문제에 관해 얘기했다”며 북-미 간 주한미군 병력 문제에 관한 논의가 있었음을 암시한 것과는 뉘앙스가 다른 발언이다. 일단 트럼프의 관련 발언이 ‘북한이 비핵화 시 주한미군 감축 등 조정’ 등으로 해석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적인 ‘구두 개입’으로 보인다. 동시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진짜 속내를 알기 어렵게 하는 연막작전이라는 말도 있다.
이와 관련해 매티스 장관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2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군사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한 한미 연합훈련 등은 예년처럼 진행하되 그 사실을 최대한 외부로 알리지 않는 ‘로키(low key)’ 전략을 쓴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로 가는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것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을 만난 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대북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3일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이 CVID를 해야만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으로 가는 길이 평탄치 않은 길(bumpy road)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트럼프-매티스 간의 엇박자라기보다는 트럼프가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며 회담을 주도하는 만큼 매티스에게 실무적인 강경 메시지를 내도록 하는 트럼프식 협상 전술의 일환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송 장관도 “CVID는 궁극적으로 이뤄야 하는 약속”이라며 “북한도 그것(CVID)을 허용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 연극’을 하고 있다는 불신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선 “김정은 위원장이 통 큰 결단을 해나가고 있는데 (그 진의를) 계속 의심한다면 회담은 물론 (관계) 발전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14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릴 남북 장성급 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첫 회담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화 등 이견이 큰 의제를 다루는 대신에 군사회담 정례화, 군 수뇌부 간 직통전화 개설 등 합의가 쉬운 사안부터 의견을 좁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군사회담 정례화 문제는 판문점 선언에 이미 명시돼 있어 합의 도출이 어렵지 않을 듯하다. 이번 장성급 회담에선 2007년 9월 이후 열리지 않은 남북 국방장관 회담의 시기와 장소가 확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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