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로비단체-이너서클… 트럼프 움직이는 ‘유대인 군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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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D-10]親이스라엘 정책 쥐락펴락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4일 예루살렘에서 열리는 개관식에는 유대계 미국인인 재러드 쿠슈너 미국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참석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식 선언하고 텔아비브에 있는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성지(聖地) 예루살렘의 지위를 놓고 이스라엘과 70년간 첨예하게 대립해 온 팔레스타인과 아랍 국가들은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여전히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동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은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도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인의 63%가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반대하고 31%만 찬성한다. 찬성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유대인과 백인 복음주의자이다. 11월 치러질 중간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반드시 핵심 지지층을 결집해야 하는 상황이다.

효과는 분명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라고 선언하기 전 40%를 밑돌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최근 50%를 찍었다. 특히 50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지지율은 75%까지 올랐다.

예루살렘 선언과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움직인 이들은 누굴까. 첫 번째 배후는 미국 내 유대인 로비 단체다. 1954년 설립된 친(親)이스라엘 로비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미 상·하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제2의 이스라엘 외교부’로 불린다. 이 덕분에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한 유대인이 98%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억만장자들의 자본력도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는 손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전 세계 억만장자의 약 30%가 유대인이다. 자산 304억 달러(약 32조8000억 원)를 보유한 유대계 거물 셸던 애덜슨은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 선언을 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루살렘이 유대인의 땅이 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는 그는 지난해 부인 미리엄과 함께 공화당에 83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구상하고 수행하는 ‘이너서클’에도 유대계 3인방이 있다. 중동정책을 총괄하는 쿠슈너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로 정권 초기부터 실세로 주목을 받았다. 쿠슈너와 함께 중동 평화 계획을 구상하는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국제협상 특별대표와 강경파로 꼽히는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대사도 권력의 핵심부에 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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