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판단은 AI에게” 시장 후보의 도전적 공약…“정치와 찰떡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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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19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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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힘든 시대에 필요한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힘입니다!”

이달 15일 있었던 일본 도쿄(東京)의 다마(多摩)시 시장 선거에 출마한 마쓰다 미치히토 후보(44·남)는 당선된다면 정책 대부분을 자신이 아닌 AI(인공지능)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결과는 낙선. 현직 시장 아베 히로유키 후보(62)가 3선에 성공했다. 마쓰다 후보는 최하위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마쓰다 후보는 앞서 “AI를 정치에 활용하겠다”고 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AI를 실제 정치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기도 했다. TBS 뉴스 등 현지 매체는 시장 선거가 끝난 뒤 ‘꼴찌’ 마쓰다 후보를 따로 조명했다. 그는 “‘AI가 이론적으로 옳다’는 정책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정도와 실제 득표수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고 본다”며 “이번 선거가 첫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이어나갈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전했다.

마쓰다 후보는 처음에 공개한 선거 포스터에도 AI의 이미지를 강하게 내세웠다. 포스터에는 마쓰다 후보의 얼굴 대신 로봇의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 그러나 후보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포스터를 두고 논란이 일자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포스터로 교체했다.

마쓰다 후보는 왜 ‘AI’를 내세워 시장선거에 출마했을까. 그는 지난 13일 비즈니스 인사이더 일본판과 인터뷰에서 “정치 비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AI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마시에서는 한 어린이집에서 공무원의 자녀를 우대해 입학시켰다는 의혹으로 주민 소송을 진행 중이다. 마쓰다 후보는 소송 전까지 이 문제가 오랫동안 은폐돼왔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2014년 다마시 시장선거 투표율은 사상 최저인 34.47%를 기록했다. 이대로는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일본의 유명 IT 기업에 근무하고 외국 기업의 대표를 맡기도 하는 등 20년 간 IT 업계에 몸담았다. 그는 예전부터 “정치와 AI는 궁합이 좋다”는 생각을 해 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 AI를 이용하면 사심 없이 효율적인 예산 배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AI를 도입해 업무도 효율적으로 바꾸고 인건비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AI가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점이 문제인지를 밝혀내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업무의 효율화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라는 굴레다. 기술은 있는데, 지금까지 해 왔던 일에 대고 (정치 분야라고 해도) ‘이건 다르지’라고 얘기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정책 판단을 AI에게 맡긴다면 시장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그는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시장이 진다. 또 시간이 가고 생활이 다양하게 변화함에 따라 ‘어떤 것을 우선할 것인가’ 등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시장의 역할”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시민과 의사소통을 통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해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명확한 규칙이 있는 장기나 바둑과 달리 정치의 세계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또 사람인 개발자가 AI를 설계하는 만큼 AI라고 해서 완전히 ‘무색투명’하다는 보장은 없다. 마쓰다 씨는 “어떤 정책이나 가치관이 좋고 옳은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것을 듣는 것이 선거, 시민과 의사소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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