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vs 폼페이오… 두 軍출신 강경파, 北美협상 맞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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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비핵화 외교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보기관 라인이 주무르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 고위급대표단 맞이, 대북 특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면담 등으로 회담 발판을 깔았다면 북-미의 정보수장과 북핵 담당 총괄도 조만간 회담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군 출신 ‘창과 창의 만남’ 폼페이오-김영철

북-미 회담 준비의 미국 측 대표 선수는 최근까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후보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에게 대북 문제에 대한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CNN은 1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8일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뒤 폼페이오에게 회담 준비를 주도하라고 개인적으로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국무장관 지명 전부터 대북 협상 업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폼페이오에게 맞설 북측 인물로는 김정은의 ‘복심’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유력하다. 김영철 또한 김정은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 원장 등 대북 특사단을 접견할 당시 배석하면서 남북 회담뿐 아니라 북-미 회담 실무책임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김영철과 폼페이오가 정상을 제외하고 사실상 북-미 회담의 최전선일 가능성이 높다.

회담 카운터파트로서 폼페이오와 김영철은 상당히 닮아있다. 지도자로부터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고 북핵·외교 문제에서 대표적인 강경파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 출신인 두 사람이 대화 테이블에 함께 오른다면 ‘창과 창의 만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폼페이오 인준에 따라 북-미 회담 지연설도

남북, 북-미 회담 어느 하나 소홀해서는 안 될 대화인 만큼 정보라인들의 활약은 어느 때보다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물밑 조율은 대부분 정보기관의 몫이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15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결국 ‘서훈-폼페이오 드림팀’이 이뤘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북-미 회담의 경우 강경파끼리의 협상이 파국으로 이어질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폼페이오의 국무장관 발탁과 함께, 목표를 위해서는 고문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공작의 여왕’ 지나 해스펠 CIA 부국장이 CIA 국장이 되면서 향후 대북 협상은 ‘질식에 가까운 압박’이 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무장관 교체로 5월로 예상된 북-미 정상회담이 6, 7월로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폼페이오의 국무장관 상원 인준 절차가 끝날 때까지 회담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상원이 24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휴회기를 갖는 데다, 공화당 일부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내 5월 전 인준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5월이라고 했다. 별로 그럴(연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백악관의 안보 컨트롤타워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설도 흘러나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후임으로 폼페이오를 능가하는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 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볼턴 전 대사를 만나 맥매스터 보좌관의 뒤를 잇는 문제를 논의했으며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볼턴 전 대사는 “북한의 북-미 대화 제안은 선전 전략의 연장선”이라며 “김정은에게 속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펴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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