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기록자’ 홀리 여사, 하늘에 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8일 2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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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간 등정 분석, 폐렴으로 별세

1960년대 이후 히말라야 정복에 나선 세계 각국 등반대들의 활동을 기록해 ‘히말라야의 기록자’로 불려온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가 26일(현지 시간) 네팔 카트만두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5세. 폐렴 증세로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홀리 여사는 히말라야 등정 분석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통한다. 직접 히말라야를 등반한 적은 없지만 기록 수집을 위해 1만5000건에 이르는 산악인 인터뷰를 진행하며 권위자로 자리매김 했다. 그가 1905년부터 2017년까지의 히말라야 등정 기록을 60여 년 간 수집해 분류한 ‘히말라야 데이터베이스’는 그 결정체로 평가된다. 이를 바탕으로 산악인들의 등정 진위 여부를 날카롭게 가려내 ‘산악계의 셜록 홈즈’로 불리기도 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미시건대를 졸업한 홀리 여사는 포춘지 등에서 취재보조로 일하다 1959년 여행으로 다녀온 히말라야에 매료돼 이듬해 네팔에 정착했다. 타임지와 로이터통신의 네팔특파원 신분으로 활동을 시작한 홀리 여사는 1963년 미국 등정대의 사상 첫 에베레스트 정복을 단독 보도하는 등 입지를 다졌다. 2008년까지 로이터를 통해 산악 소식을 전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네팔 정부는 2014년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해발 6182m에 이르는 히말라야의 한 봉우리를 ‘홀리봉’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홀리 여사는 산악인 오은선 씨의 2009년 칸첸중가 등정 성공 여부가 논란이 됐을 때 이에 대해 ‘논란 중(disputed)’이라고 평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홀리 여사는 2010년 BBC 인터뷰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오 씨의 등정은 평생 논란거리가 될 것 같다”며 “내가 판관이 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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