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에 반기 든 프랑스여성 100명 “남성에게 유혹할 자유를 허락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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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 드뇌브 등 문화예술계 인사 “지나친 男 공격, 마녀사냥 중단을”

“성폭행은 범죄다. 그러나 누군가를 유혹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우리(여성들)는 성폭력과 유혹을 구분할 만큼 현명하다.”

지난해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배우들의 잇따른 폭로로 촉발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을 이렇게 비판하고 나선 이들은 남성이 아닌 여성들. 프랑스 문화예술계 여성 100명은 9일 일간 르몽드에 공동 기고한 ‘성의 자유에 필수불가결한 유혹할 자유를 변호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남자들에게 청교도주의적인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100명에는 ‘셰르부르의 우산’ ‘세브린느’ ‘8명의 여인들’ 등에 출연한 세계적인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75·사진)와 ‘카트린 M의 성생활’이라는 에세이집으로 유명한 미술평론가 카트린 밀레 등 여성 배우, 학자, 작가 등이 포함돼 있다.

미투 캠페인이 퍼지면서 지난해 프랑스에서도 ‘#BalanceTonPorc(돼지를 고발하라)’ 캠페인이 벌어졌다. 프랑스에서 돼지는 성적으로 방탕한 남성을 일컫는 표현이다. 그러나 이들은 미투 캠페인을 성적인 자유를 위협하는 ‘마녀사냥(witch-hunt)’으로 표현했다. 이들은 “여성의 무릎을 만지거나 키스를 시도하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남성들이 자신의 직장에서 쫓겨나고 있다”며 “남성들에게 (여성을) ‘유혹할 자유’가 허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성들이 자신의 10년, 20년, 30년 전 과거의 죄와 부적절했던 행동들에 대해 반성하기를 요구받고 있다”며 “고발자를 자처한 인물들이 공개 자백을 강요하는데 이는 사회에 전체주의의 기운을 심어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여성들의 기고에 이탈리아 영화계 인사 아시아 아리젠토는 트위터에 “카트린 드뇌브를 포함한 여성들은 ‘내면화된 미소지니(misogyny·여성혐오)’가 되돌릴 수 없을 단계까지 왔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성폭행#유혹#프랑스 여성#미투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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