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차량 돌진해 한인 3명 포함 19명 부상…경찰 “테러와는 무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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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제2의 도시 멜버른 중심가에서 21일 승합차가 인도로 돌진해 19명이 부상했다. 이 중 머리를 크게 다친 네 살배기 어린이를 포함해 4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의도적 행위’라고 판단했으나 테러단체와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0분경 멜버른 중심가인 플린더스 스트리트에서 흰색 스즈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트램 철도를 따라 빠른 속도로 달리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들을 들이받았다. 플린더스 스트리트는 멜버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사고 당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쇼핑 나온 사람들과 통근자들이 많았다.

SUV는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뒤 트램 정거장에 부딪혀 멈춰 섰다. 비번이었던 한 경찰이 때마침 현장을 지나다 몸싸움 끝에 운전자를 체포했다. 32세인 이 남성은 아프가니스탄계 호주 시민권자로 정신병력과 마약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남성은 2010년 교통법규 위반, 경미한 폭행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도 받았다. 경찰은 현장에서 사고 장면을 촬영하던 25세 남성도 함께 체포했으나 이번 사건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현장 부근에서 도넛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짐 스토퍼스 씨는 CNN에 “소리가 나서 밖을 봤더니 뱅, 뱅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날아다녔다. 차량이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려 하지 않았고 차량 속도가 시속 100km쯤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운전자가 빨간불을 그대로 지나치더니 뱅, 뱅 소리가 났다. 차량이 잇따라 사람을 쳤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사고로 19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한국인 성인 남성 2명이 폐와 골반 등 부상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한국인 남자 어린이 1명은 다리골절로 일반 병실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유동인구가 많은 플린더스 스트리트는 테러리스트의 타깃이 돼 왔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날에는 플린더스 스트리트역을 포함한 시내 중심부에서 급조 폭발물을 터뜨리려던 테러 계획이 경찰에 저지됐다고 CNN은 전했다. 멜버른 시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차량 돌진 테러가 이어지자 올해 6월 주요 시내 도로변에 차량 진입 방지용 콘크리트 말뚝을 설치하는 등 테러에 대비해 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나 정보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셰인 패튼 빅토리아 경찰국장 대행은 “아직 운전자가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 조사를 하지 못했다. 최대한 빨리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맬컴 턴불 총리는 성명을 내고 “정부와 경찰 당국이 이 충격적인 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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