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가상화폐 발행? 시기상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세계 중앙은행들 ‘진지한 고민’ 시작
美학계 일각 “긍정적 검토 필요”
연준 임원들 “달러 경쟁상대 안돼”

최근 고조된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까지 번질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가상화폐에 대한 세계 중앙은행들의 시각이 단순한 호기심에서 실제 발행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수준으로 진전하고 있다며 연준도 가상화폐 열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29일 “연준이 가상화폐 발행을 논의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평가하면서도 “가상화폐 발행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의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연준이 가상화폐를 발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 학계는 이미 공식 가상화폐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마이클 보르도 럿거스대 교수와 앤드루 레빈 다트머스대 교수는 올해 초 공동 발간한 논문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에 대해 “교환 비용이 들지 않고 재산을 축적할 수 있으며 안정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학계에 따르면 연준의 가상화폐 ‘페드코인(Fedcoin)’이 발행되는 시대의 사용자들은 연준이나 연준 제휴 민간은행 계좌에 접속해 페드코인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소비자들의 계좌에 적용되는 이율을 바로 조정하는 직접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있다.

페드코인은 돈이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시간을 줄이고 현금을 유통시키는 데 드는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레빈 교수는 WSJ에 “연준이 가상화폐 논의를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 연준이 가상화폐를 운용하는 건 그다지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을 향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스웨덴 중앙은행은 고유한 가상화폐 발행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연준은 아직까지는 가상화폐 발행이 시급하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지명자는 6월 연준의 가상화폐 발행에 대해 “매우 매우 신중하게 접근한다”고 말했다.

연준 고위 임원들도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달러화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비트코인은 아직 가치가 안정화되지 않았고 보편적으로 쓰이는 결제수단도 아니기 때문이다. 랜들 퀄스 연준 이사 역시 지난주 가상화폐 발행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기 전에 법적, 기술적, 사생활 보호 문제들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금이 왕’이라는 미국 내 분위기도 장애 요인이다. 지역 연방준비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소액결제에서 여전히 현금을 선호한다. 게다가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미국에는 은행 계좌가 없는 소비자가 많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가상화폐#미국연준#발행#페드코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