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聯政’ 목마른 메르켈, 사민당 심기 거스른 장관 질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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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장관, 사민당 반대 법안 찬성
사민당측 “신뢰 저버렸다” 발끈
메르켈 “독단적 행동” 달래기 나서… ‘대연정’ 연내 합의 어려울듯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사회민주당과의 연대를 조심스럽게 시작하자마자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27일 크리스티안 슈미트 독일 식품농업장관이 유럽연합(EU)의 제초제 ‘글리포세이트’의 생산을 허가하는 5년 연장안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사민당은 암 유발 논란에 휩싸인 제초제 허가 연장에 반대해 왔다.

사민당 부대표 랄프 슈타이너는 “여당은 분명히 투표에서 기권하겠다고 말해 왔다”며 “명확하게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사민당 소속의 바르바라 헨드리크스 환경장관이 기독민주당의 자매당 기독사회당 소속의 슈미트 장관에게 “예전처럼 생산허가 연장에 찬성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여러 차례 표시했던 터라 실망감은 더욱 컸다. 독일의 찬성 투표는 찬반이 치열했던 투표 현장에서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민당에서 “총리가 투표 전에 알았느냐”는 비판이 이어지자 메르켈 총리는 “장관의 찬성은 정부의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았고 정부 지침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사민당 달래기에 나섰다. 슈미트 장관 역시 “총리와 상의 없이 나 혼자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헨드리크스 장관은 메르켈 총리를 향해 “대연정을 위한 대화의 길을 닦으려면 신뢰감 있는 건설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등 사민당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독일 언론 빌트 조사에서 52%가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에 찬성하는 등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나온 악재에 대연정 합의는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한편 친난민 정책을 펼치던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알테나의 안드레아스 홀슈타인 시장이 습격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27일 밤 케밥 음식점에서 아픈 부인을 위해 저녁을 사려던 중 56세 용의자가 휘두른 30cm 길이의 칼에 목을 찔렸다. 용의자는 시장임을 확인한 뒤 “당신은 알테나에 200명의 난민을 들어오게 해 나를 목말라 죽게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민당 소속의 홀슈타인 시장은 국가가 배당한 수보다 많은 450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메르켈#사민당#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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