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장관들 잇단 낙마… 휘청거리는 메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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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성추문 사임 일주일만에 이스라엘과 부적절한 정치적 접촉
국제개발부 여성장관 물러나

영국 내각 멤버가 잇따라 구설에 휘말려 사임하면서 테리사 메이 정부가 휘청거리고 있다.

보수당의 떠오르는 스타였던 45세 여성 프리티 파텔 국제개발부(DFID) 장관은 8일 외교 프로토콜(의례)을 무시하고 이스라엘 정치인들을 비공식 접촉한 데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파텔 장관은 8월 가족들과 함께 개인 휴가차 이스라엘을 여행하던 도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포함해 이스라엘 정치인, 관료들과 12차례 비공식 사적 만남을 가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DFID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개발 및 대외 원조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가장 문제가 된 대목은 파텔 장관이 이스라엘 관료들과의 비공식 회담에서 영국의 팔레스타인 지원을 끊고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 군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한 부분이다. 골란고원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자국 영토로 병합한 분쟁 지역으로 영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파텔 장관은 영국 국민의 방문이 금지된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 군병원을 정부 손님 자격으로 방문하기도 했다. 모든 장관은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해외 인사들과 회의를 열어야 하며, 외교 인사도 함께 동행해야 하는 영국 외교 관례도 어기고 정부에는 통보하지 않았다.

파텔 장관은 “고위직에 요구되는 투명성과 공개라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사의를 표명했고 메이 총리는 이를 수락했다. 메이 총리는 “이스라엘은 영국과 친밀한 동맹이지만 양국 협력은 공식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멤버인 하난 아슈라위는 “영국 장관이 이스라엘에서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는 건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파텔 장관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강하게 주장해 온 브렉시트 강경론자로 동성 결혼과 금연에 반대해 보수당 내 강성 정치인들 사이에서 차기 리더로 떠오르는 인물이었다.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이 성추문 의혹에 휩싸여 사임한 지 일주일 만에 또다시 장관이 낙마하면서 메이 총리는 궁지에 몰렸다. 7일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이 이란에 구금 중인 영국-이란 이중국적 여성의 재판 상황을 불리하게 할 발언을 하면서 사과 압박을 받고 있는 데다 데이미언 그린 부총리와 마크 가니어 무역차관은 성추문으로 경찰 수사에 직면해 있어 추가 낙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영국#메이#장관#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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