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지데몬 전 수반은 지난달 3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연합(EU)의 심장부에서 카탈루냐가 당면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밝혔다. 또 “망명을 요청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과 발언은 카탈루냐의 독립을 지지했던 시민들에게 찬물을 뒤집어씌운 셈이 됐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스페인 검찰이 반역죄 등을 적용해 압박해 올 것을 알고 치밀하게 탈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당초 그는 지난달 30일 자치정부 청사 출근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그날 아침 “좋은 아침”이라며 집무실 창밖 풍경을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지만 이 시각 그는 프랑스 마르세유로 건너가 벨기에행 비행기에 탑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공정한 사법절차가 보장되면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변호사 파울 베카르트 씨는 “EU의 시민권자로서 그가 이곳에서 정치적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푸지데몬 전 수반이 중앙정부가 제시한 12월 21일 조기 선거를 수용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혀 그를 지지하던 시민들은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스페인 정부에 의해 해임되면서 ‘민주적 저항’이 필요하다며 시민 불복종을 촉구하던 그가 제일 먼저 꽁무니를 뺀 것은 물론이고 지방자치 선거에 참여할 것을 선언해 사실상 스페인 정부에 백기 투항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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