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산 “푹 쉬기도 해야”… 黨대회 한달 앞두고 퇴진 시사

  • 동아일보

거취 질문에 “계속 일하는건 불가능”… 최근 한달새 기율위 대폭 인사이동
‘7上8下’ 불문율 깨는 데 부담감… 후임은 시진핑 최측근 리잔수 유력

“계속 일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푹 쉬기도 해야 한다.”

다음 달 18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유임될 것으로 알려진 왕치산(王岐山·69·사진)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이 최근 물러날 뜻을 밝혔다고 홍콩 밍(明)보가 18일 전했다. 왕 서기와 가까운 인물로 군부 배경을 가진 태자당(太子黨) 인사가 최근 왕 서기에게 “제19차 당대회 후 직위 변동이 있느냐”고 거취를 묻자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왕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측근 인사로 시 주석의 최대 업적인 반(反)부패 드라이브를 진두지휘해 온 인물이다.

신문은 지난 1개월 남짓 기간 기율위 내부에서 대폭적인 인사이동이 이뤄졌으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간부를 기율위 감찰실 주임 등으로 발탁한 것도 그의 퇴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위 관료가 은퇴하기 전 자신이 신임하는 부하 중 공이 큰 사람을 특별 승진시키는 것이 중국의 관례다. 실제로 왕 서기는 8일 전국 기율위와 검찰원 표창 행사에서 “만사가 시작이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지난 5년을 회고한 뒤 “각 세대는 각 세대가 갈 길이 있고 사명이 있다”며 퇴임을 시사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7명 명단에서 왕 서기가 빠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밍보는 왕 서기가 맡았던 기율위 서기는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이 상무위원에 진입한 뒤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올해 69세인 왕 서기는 ‘7상8하(七上八下·67세 미만은 유임하고 68세 이상은 물러난다)’는 불문율을 깨고 상무위원에 남아 차기 총리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왕 서기가 퇴진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왕 서기가 추진해온 반부패 사정을 보다 제도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의 1인 지배 체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불문율까지 무시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왕 서기는 지난 5년간 ‘권력에 의한 반부패’에서 ‘제도에 의한 반부패’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번 퇴진도 ‘공을 세우고 물러나는(공성신퇴·功成身退)’ 모범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밍보는 풀이했다. 공성신퇴는 고전 ‘노자’의 ‘공을 이루고 이름을 날리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리’라는 구절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다.

지난 5년 ‘시-왕 체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 주석의 측근이자 부패 척결의 선봉이었던 왕 서기가 퇴진하는 경우 시 주석 측근인 리잔수 주임과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서기가 상무위원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공산주의청년당 계열의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왕양(汪洋) 부총리,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 그리고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계열의 한정(韓正) 상하이(上海)시 서기 등의 7인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시되고 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왕치산#퇴진#인사이동#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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