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둔 류샤오보… 中 당국은 출국 불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中병원측 “해외치료 안전하지 못해”… 美-獨 의료진은 “빨리 옮겨야”
“中 시간만 끌어” 국제적 비판 커져

간암 말기로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 중국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가 선양 중국의대 제1병원 병실에서 의료진에 둘러싸인 채 누워
 있다. 병원 측은 이 사진을 8일 공개했다. 류샤오보를 진료한 미국 독일 의료진이 해외 치료를 거론했지만 중국 의료진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중국의과대 부속 제1병원 홈페이지
간암 말기로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 중국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가 선양 중국의대 제1병원 병실에서 의료진에 둘러싸인 채 누워 있다. 병원 측은 이 사진을 8일 공개했다. 류샤오보를 진료한 미국 독일 의료진이 해외 치료를 거론했지만 중국 의료진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중국의과대 부속 제1병원 홈페이지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중국의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62)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해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중국에서 숨을 거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를 치료하고 있는 중국 병원 측은 “이동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해외 치료 불가 방침을 밝혔다. 반면 류샤오보를 진료한 미국 독일 전문가들은 “안전하게 옮길 수 있고 최대한 빨리 옮겨야 한다”고 밝혀 중국 당국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류샤오보는 간암 말기에 이르러서야 선양(瀋陽)의 중국의대 제1병원으로 뒤늦게 옮겨졌다. 현재 암이 몸 전체에 전이돼 복수가 차오르고 간 기능이 급속도로 떨어져 정상적인 치료가 어렵고 진통제만 처방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부인 류샤(劉霞·56) 씨 등 가족에게 하루 이틀 사이에 류샤오보가 사망할 수 있다며 죽음을 준비하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져 류샤오보의 임종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류샤오보는 8일 자신의 상태를 보기 위해 방문한 미국과 독일 의료진에게 직접 영어로 “해외에서 치료를 받고 싶고 독일이나 미국행을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 M D 앤더슨 암센터 간암 전문의 조지프 허먼 교수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의학원 외과 주임 마르쿠스 뷔흘러 교수가 그를 진료했다.

병원 측은 8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에서 “미국 독일 의료진이 해외 치료를 거론하자 중국 의료진은 류샤오보 상태로 볼 때 이동이 안전하지 않다며 미국 독일 의료진에게 ‘다른 치료방법으로 더 잘 치료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미국 독일 의료진은 ‘우리도 더 좋은 방법이 없다. 이미 당신들이 매우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독일 의료진이 언론에 공개한 공동 성명에서 “(현 상태에서) 안전하게 독일이나 미국으로 가 치료받을 수 있다. (목숨을 살리려면) 가능한 한 빨리 이동시켜야 한다”고 밝혔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병원 측의 주장과는 완전히 상반된 내용이다. 로이터통신은 류샤오보 가족의 지인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의 해외 치료를 가로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적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미국 독일 정부가 중국 당국에 해외 치료를 요구했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중국 당국에 류샤오보 면담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을 보도해 퓰리처상을 받은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류샤오보는 다른 이들의 자유를 위해 고통받았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류샤오보는 우리 시대의 넬슨 만델라”라고 표현했다.

류샤오보는 2010년 노벨 평화상을 받을 당시 수감 상태여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대독한 소감문에서 “표현의 자유는 인권의 기초이자 인류의 원천, 진실의 어머니”라는 명문을 남겼다. 그는 2008년 10월 중국 헌법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표현의 자유, 사법부 독립, 결사의 자유라는 당연한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2009년 국가전복선동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고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교도소에 수감됐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류샤오보#노벨 평화상#중국#민주화 운동가#출국 금지#간암#공산주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