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5석… 佛 ‘마크롱 천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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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1차투표서 신당 압승
전체 577석중 78% 석권 예상… 2차대전 이후 최다 의석수 될듯
기득권 양당 공화-사회당 몰락


11일(현지 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스 사회당 대표(66)를 물리친 무니르 마주비(33)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신생 정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간판스타다. 지난달 새 정부 장관 중 최연소로 디지털 장관에 오른 그는 파리 북동부 19구에서 1988년 첫 출마 이후 5선 경력의 정치 거물을 쓰러뜨렸다.

선거 기간 내내 가가호호 문을 두드리고 발품을 파는 선거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개표 결과 37%를 득표해 1위를 차지하고 결선투표에 올랐다. 반면 캉바델리스는 10%도 얻지 못해 1차 통과 기준(12.5%) 미달로 탈락했다.

앙마르슈는 전체 득표율 32.3%로 1위를 차지했다. 의석이 한 석도 없던 신생 정당이 선거 한 번 만에 일당 독주를 예상할 정도로 압승을 거두는 건 주요 선진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 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다음 주 결선투표 후 앙마르슈의 예상 의석수는 최소 415석에서 최대 455석에 이른다. 전체 577석의 최대 78%에 이르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다 의석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전직 투우사, 수학자, 전직 비행사 등 절반을 정치 신인으로 공천한 앙마르슈의 정치 실험 앞에 현역 의원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갔다. 현역 의원 39%가 선거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불출마할 정도로 변화의 바람은 거셌다. 마주비는 모로코 태생의 페인트공 아버지와 청소 일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정보기술(IT) 전문가다. 프랑스 농부들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 비용을 아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뒤 마크롱 대선캠프의 IT 책임을 맡았다가 발탁됐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전국 당선 지도를 번갈아 싹쓸이했던 우파 파란색(공화당)과 좌파 빨간색(사회당)은 자취를 감췄다. 프랑스인이 기득권 거대 정당인 공화당 사회당 위주의 정당 대의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정치 혁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21.6%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한 공화당은 현재보다 100석가량 줄어든 70∼110석에 만족해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직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배출하고 5년 전 총선 때 311석이던 사회당 연합군은 20∼30석으로 존폐 위기에 처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총선#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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