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욕 왕국’ 사우디의 오락 개방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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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연애’ 가사 美컨트리 음악
트럼프 방문때 이례적 공연 허용… 젊은 왕세자 살만이 개혁 주도
종교계 “악마에 문여는 일” 경고

음악 콘서트를 ‘악마에게 문을 여는 일’이라며 억압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5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미국 컨트리 가수 토비 키스의 콘서트가 열렸다. 엄격한 금욕주의 왕국이 술 마시고 여자를 유혹하는 내용의 컨트리 음악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키스의 콘서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일정에 맞춰 잡혔다. 사우디의 인기 가수 라베흐 사께르도 키스의 콘서트에 참여해 관객의 흥을 돋웠다. 관람은 남성에게만 허용됐다. 공연이 끝난 뒤 한 젊은 관객은 “테킬라와 춤, 여자, 그리고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가 미국 컨트리 가수의 공연까지 허용한 것에 대해 ‘금욕주의 왕국의 오락 실험’이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개혁은 젊은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32)이 주도하고 있다. 살만은 지난해 5월 정부 기관인 오락국(GEA·General Entertainment Authority)을 신설하는 등 국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GEA에 따르면 올해 치러진 오락 이벤트는 3000여 건으로 지난해(300건)의 10배가 넘는다.

올해 3월 리야드에서는 ‘사우디의 폴 매카트니’로 불리는 무함마드 압두의 콘서트가 성사됐다. 수도 리야드에서 콘서트가 치러진 건 1980년대 이슬람 근본주의가 강화된 이후 거의 30년 만에 처음이었다.

내부에서는 변화에 대한 반발도 있다. 올해 1월 사우디의 최고 종교지도자 압둘아지즈 알 셰이크는 “가수가 노래하는 콘서트나 극장은 타락한 곳”이라며 “악마에게 문을 열지 말아야 한다”고 정부 당국에 경고하기도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사우디#오락 개방#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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